기자수첩
[기자수첩] 對日반격의 기회, 첫걸음은 폭넓은 규제완화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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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단기·日장기” 피해규모 진단하지만···가늠하기 어려운 ‘단기’
“규제 대상은 재벌이지 기업 아냐”···보이는 것보다 폭넓은 완화 필요

지난해 전국 주요 해수욕장은 예년보다 뜨거운 볕과 무더위로 고전했다. 모래밭에 잠깐만 서 있어도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 지경에 이르자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덜 뜨거웠고, 덜 더웠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올해도 전국 주요 해수욕장은 외면 받았다.

사실 전통적 피서지의 몰락 조짐은 오래 전부터 계속됐다. 성수기 과도한 폭리가 표면적 이유다. 더불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국제선 취항이 많아지고 노선 또한 다변화 되는 등 대안이 다변화 됐다는 점이 이를 부추겼다. 심지어 불매운동 여파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일본수요가 줄어듦에도 사람들은 전통적 피서지가 아닌 호캉스 등 다른 방편을 택했다.

“한 철 벌어 산다”는 논리로 수십여 년 간 버텨온 폭리상인들은 “왜 너희들은 한 철만 일하느냐”는 반박에 힘을 잃었다. 그저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셈 치고 매년 피서객들이 찾아줬을 뿐인데, 폭리상인들은 이를 경쟁력이라 착각했다. 착각 속에서 매년 그 한 철을 기다려왔다. 여전히 내년의 한 철을 기다릴 그들이 있어 몰락은 지속되고, 동시에 본격화 될 것이다.

가만히 보면, 폭리상인들과 일본은 다소 유사하다. 고객이 보다 경제적이고 쉬운 선택지만을 받아들였을 뿐인데, 이를 마치 독창적 경쟁력인 것 마냥 착각했다. 물론 일본은 폭리상인들보단 치밀했다. 한국의 자체 기술개발을 막기 위해 핵심부품·소재 등을 손해에 가까운 저가로 공급했다. 당연히 우리 업체들도 부품·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보단 수입을 택했다.

누군가는 ‘과도한 의존’이라 비판하지만, 사실 이는 지극히 경제적인 선택이었다. 일본 역시 안정적인 판로를 바탕으로 수익을 남겼고 이를 재차 R&D에 투자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 제조업체들과 함께 수준을 높여갔다. 적어도 경제에 있어선 국경이 모호하므로 동해와 독도를 사이에 둔 양국의 상호발전은 그렇게 계속됐다.

그런 일본이 오판했다. 마치 전통적 피서지의 그들처럼, 자연스런 교류 속에서 얻은 경쟁력이란 과실을 무기화 했다. 정치·외교적으로 갈등과 화해를 반복했지만, 민간경제 영역만큼은 협력을 강화해 온 양국경제는 특정 정치세력의 자존심 싸움으로 무기화 됐다. 독자개발을 막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저가노선을 택해왔음에도, 그들은 그것을 무기로 택했다.

단기적으로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던 일본 소도시 여행은 즉각적으로 일본 지자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당일치기 해외여행코스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날랐던 대마도행 여객선은 오늘도 텅 빈 채 대한해협을 오갔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 및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일본 측의 손실이 제조업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은 우리보다 적을 것으로 내다본다. 무디스도 26일 발간한 ‘세계 거시경제 보고서’를 통해 비슷하게 진단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판로를 잃은 일본 부품·소재산업의 몰락을 부추길 것으로 지적된다.

이미 IT(정보기술)·가전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에 뒤쳐진 일본이 한국기업에 안정적인 수입원이란 인식이 퇴색되고, 자체적으로 부품·소재 조달에 성공한다면 치명타가 될 것이란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은 물론이고 주요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는 바는 ‘단기적으론 한국에, 장기적으론 일본에’ 피해가 지대할 것이란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들이 지적하는 ‘단기’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 제조업체들이 그 단기간을 버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공짜 점심은 없다’란 명언으로 세계 경제학계서 가장 영향력을 떨쳤던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시장개입은 미친 짓이다”고 단언했지만, 적절한 선에서 아주 일정 수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직접적인,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분야에서의 얕은 수준의 규제완화만을 택했다는 점이다. 프리드먼이 정부의 시장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가장 큰 이유는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폭넓은 규제완화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보다 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 현 정부의 철학, 물론 존중한다. 다만 개혁의 대상이 재벌이지, 기업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또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반등시킬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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