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보복 등 이슈 따라 급락 장세 다수 출현
정부, 증시 급변동 시 안정화 나선다는 방침
한시적 공매도 및 가격 제한폭 축소, 자사주 매입 요건 완화 등이 대책으로 꼽혀

국내 증시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증시 급락 때 나올 정부의 긴급 대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계속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고 일본의 무역보복 실행,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증시를 흔들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및 가격 제한폭 축소, 자사주 매입 요건 완화 등이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정부 대책으로 꼽힌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내외 여건 탓에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거래일 대비 1.64%, 4.28%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이날 무역협상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0.43%, 0.93% 소폭 반등했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데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지난해 10월 급락 이후 번번이 국내 증시 참여자들의 투심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나오면서 증시 분위기는 더욱 좋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일각에선 아직 바닥이 오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정부의 긴급 대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국내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일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7일, 이달 초 나타난 국내 증시 급락에 대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가용한 수단을 통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언급한 주요 대책 중에는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가 있다. 국내에서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시장에서 파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주식을 사서 갚아 차액을 남기는 매매다. 공매도는 거품 형성을 방지하고 적정 가격을 발견하게 해주는 순기능도 갖고 있지만, 일각에선 공매도 자체가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나오는 매매법으로 특히 증시 급락 시 하락폭을 더 키우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과거 급락장에서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0일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해 증시가 급락한 2011년 8∼11월에도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바 있다. 금융주의 경우엔 2008년 10월 1일부터 2013년 11월 14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되기도 했다. 증시를 짓눌렀던 부정적인 이슈가 사라질 때까지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요건 완화도 정부가 언급한 긴급 대책이다. 공매도 금지가 매도세를 약화시키는 대응이라면 자사주 매입 요건 완화에는 매수세를 확대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자사주 매입 요건 완화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과거 2008년과 2011년에는 자사주 일일 매수 주문 수량 특례 조처가 내려졌었다. 당시 기업들이 하루에 사들일 수 있는 자사주는 발행 주식 총수의 1%였지만 증시가 급락하자 이 요건을 완화했다. 

그밖에 일시적인 일일 가격 제한폭 축소도 거론되고 있다. 가격 제한폭은 주식의 가격이 움직일 수 있는 등락폭을 말한다. 현행 일일 가격 제한폭은 ±30%로 지난 2015년 6월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루에 하락할 수 있는 가격 제한폭을 줄여 증시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이러한 긴급 대책의 효과에 대해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의 경우 일시적으로 증시 급락폭을 줄일 순 있어도 본질적인 하방 압력을 피할 순 없다. 되레 공매도 금지로 인해 주가가 왜곡돼 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요건 완화와 가격 제한폭 축소도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며 “섣불리 정책을 쓰다 보면 언젠가 부정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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