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해 개선된 체계적인 진행 ‘호평’···압박면접 없는 편안한 분위기
금융 취업 컨설턴트 “수시채용 확대 영향, 특화된 역량 강화시켜야” 조언

은행과 증권, 보험 등 60개사가 참여하는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의 막이 올랐다. 행사 첫날인 27일 오전부터 박람회장은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지난해보다 개선된 체계적인 진행은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기업 현장면접뿐만 아니라 취업컨설팅, VR면접 체험, 화상면접 체험 등 부대행사들도 최신 채용 트렌드를 참가자들에게 알려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제한된 면접 기회와 짧은 면접 시간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압박면접은 옛말” 긴장 풀어주는 면접관에 웃는 지원자…순조로운 진행 ‘눈길’

박람회가 진행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은 오전부터 참가자와 인사담당자들로 가득 찼다. 공식 시작 시각은 오전 10시였지만 참가자들은 훨씬 이른 시간부터 박람회장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부터 대학생,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유형의 참가자들이 속속들이 사전등록 확인을 거쳐 이름표를 배부받았으며, 미처 사전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은 채용상담을 받기 위해 현장등록을 하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배포하는 안내책자를 통해 각 금융사별 채용 과정과 인재상 등을 파악하고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면접을 앞둔 참가자들은 따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고, 어떤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예상 답안들을 반복적으로 외우기도 했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씨였음에도 단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정장차림은 이번 면접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자세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6개 금융협회와 금융회사들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후원 아래 개최하는 행사로, 지난 2017년 시작돼 올해 3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할 예정인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금융공기업, 금융협회 등 총 60개 금융회사가 참여했다.

오전 10시 행사장 문이 열리자 현장면접 지원자들이 하나 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인원이 입장했음에도 현장 직원들이 적재적소에 안내를 해줘 그리 혼잡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 은행 부스 역시 충분한 대기 공간을 확보해 특별한 어려움 없이 순탄히 면접을 진행했다. 지난해 복잡한 내부 공간과 지나치게 긴 대기 시간 등으로 인해 비판받았던 상황을 개선한 모습이다.

현장면접을 진행한 이모씨(27)는 “지난해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들에 행사 진행이 미숙하다는 내용이 많이 있어서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매끄럽게 이뤄져서 놀랐다”며 “덕분에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는 현장면접을 홈페이지 사전신청제로 운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SGI서울보증보험 등이 시행하는 현장면접은 우수면접자에게 1차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 현장/사진=최기원PD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 현장/사진=최기원 PD

현장면접을 준비한 각 회사와 면접관들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면접관들은 압박면접으로 일컬어지는 딱딱한 면접 대신 시종일관 미소로 면접자들을 대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면접관 이외의 진행요원들도 대기 중인 참가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참가자들의 긴장을 완화시켜 줬다. 이들은 면접이 끝난 후에도 질문을 받으며 미래의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의 면접을 본 문희준(30)씨는 “기본적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해야지만 면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 자체가 흔치 않다”며 “압박면접이 아닌 따뜻한 분위기로 진행돼 편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었고 여러 조언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제한된 면접 기회는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문 씨는 “사전신청 과정에서 흡사 대학교 수강신청처럼 경쟁이 치열했다”며 “면접을 희망하는 이가 많은 만큼 기회가 좀 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시간도 한정돼 있어 조금은 짧은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화상면접, VR면접, 전문가 컨설팅 등 부대행사도 인기

현장면장 부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대행사도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채용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AI자기소개서에 대한 컨설팅 부스와 VR면접 체험관에는 기본으로 10명 이상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으며 면접메이크업 체험관과 화상면접 부스에도 빽빽하게 참가자들이 자리해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심규선(25)씨는 “현장면접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취업준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 기대된다”며 “이렇게 한 공간에서 쉽게 체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최대한 활용해본 후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취업컨설팅 부스의 컨설턴트들은 채용 트렌드를 짚어주고 취업준비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했다. 채용 전문가는 향후 금융권 취업의 핵심 요소로 ‘특화 역량’을 꼽았다.

오프라인 청년 플랫폼 ‘더빅 스터디’ 소속의 이건(33) 컨설턴트는 “은행권을 필두로 금융권에서 수시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더욱 더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에는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희망했다면 이제는 ‘기업금융 전문가’ ‘PB(Private Banker)’ 등 구체적인 직무를 겨냥해야 하고 그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현재 구직 중인 분들은 3년 내에 공채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취업까지 시간이 좀 남은 사람들은 특화된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어학 점수 등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경우 채용에 대한 점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며 “자격증이나 영어 스피킹 등으로 짧게나마 남은 기간 동안 가산점 항목을 늘려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 내 VR면접 체험관 현장/사진=최기원PD
금융권공동채용박람회 내 VR면접 체험관 현장/사진=최기원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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