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련 공연 등 잇단 취소···29일부터 열리는 장관회의선 협력 이어갈 방안 논의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규탄 6차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과 팻말을 들고 일본 아베를 규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규탄 6차 촛불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과 팻말을 들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이른바 ‘노 재팬’ 분위기가 문화·관광 분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일본 관련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는 가운데 29일부터 열릴 예정인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문화계에서 반일본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본 문화인들의 내한공연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오는 3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보사노바, 애니메이션을 만나다’ 공연이 취소됐다. 일본 혼성듀오 나오미 앤 고로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들려주는 공연이었다. 행사 기획사 스톰프뮤직은 “최근 시국이 한일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라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 나오미 앤 고로 측으로부터 항의는 없었다”고 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에선 일본에서 참여키로 했던 6개팀 285명에 대한 초청이 취소됐다. 행사를 주최하는 원주문화재단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는 야외공연장이 규모가 크고 오픈된 공간이다보니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됐다”며 “일본팀 측에선 ‘안타깝지만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소설 원작을 연극으로 담아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도 무산됐다. 공연 기획사 달 컴퍼니가 오는 10월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던 이 공연도 최근 일본에 대한 범국민적인 분노를 감안해 취소를 결정했다.

달 컴퍼니 관계자는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지난 15일엔 반일 대규모집회도 있었다”며 “작품은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이 시점에서 일본 소설 원작을 연극으로 올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광 분야에서도 한일갈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보단 일본의 타격이 더 큰 모양새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수치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갱은 전년 같은달 대비 7.6% 감소했다. 한일간 갈등이 격화된 이달 일본 방문객은 더욱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은 27만4830명으로 전년 같은달보다 19.2%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 수도 전년 같은달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정치 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홍대에서 발생한 일본인 폭행사건 등 국내 반일감정이 장기화되면 일본 내 한국 방문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지난 22일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겠다고 밝히고 28일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방침을 시행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한일간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회의에서 어떤 교류협력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회의는 한·중·일 3국이 문화·관광 협력과 교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정부간 회의다. 문화·관광 등의 분야에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해 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중·일 간 문화·관광 분야 협력을 이어가고 우리 문화의 해외 진출 및 방한 외래객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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