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법 선고 D-3···시황 악화·日 수출 규제 등 대외변수에 반·디 설비 투자 축소 전망
삼성 QD-OLED 전환투자 초읽기···“대법 선고가 분기점 될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성전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 선고를 앞두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투자에 숨고르기에 나섰다.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 선고 이후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의 투자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오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을 선고한다.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삼성 측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실체가 있었는지 여부도 이 부회장의 형량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종적으로 인정한 뇌물 액수에 따라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재구속 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마치게 된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경우의 수를 두고 설비 투자에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설비 투자액은 10조7114억원으로 전년 동기(16조6478억원) 대비 35.7% 감소했다. 시황 악화가 투자 축소의 1차 원인이 됐지만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속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는 올 하반기 예정된 평택 P2 양산 라인 설비 투자를 내년으로 미룬것으로 알려졌다. D램 값 폭락 등 반도체 시황 악화가 주된 원인이나,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이 부회장의 대법 선고까지 앞두고 있는 점도 설비 투자에 부담을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투자 역시 기로에 놓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공식화하지 않았으나, 국내 장비업계와 증권사들은 대체로 3분기말이나 4분기초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관련 초기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투자를 결정할 것이란 당초 전망 대비 늦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천안 아산 LCD TV 패널 양산라인인 L8 라인 일부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내년 월 3만장 규모의 QD-OLED 초기 양산을 위한 파일럿 장비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그간 새로운 투자를 진행했을 때마다 별도 공식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시장에서 항상 먼저 얘기가 흘러나왔다”면서 “만약 이번 투자를 확정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OLED 장비 업계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 QD-OLED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고객사의 최종 의사 결정에 달려있지만, 투자가 단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인력 등 자원 배분 계획을 만들어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 설비 투자를 확정,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삼성에겐 지금 이 부회장이 앞으로 민간인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가 가장 시급한 현안일 것”이라며 “QD-OLED 전환투자 건은 아직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마 대법 선고 이후 확정,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집행 유예 판결을 받고 난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 국가 경제에 보은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이 부회장이 전자 계열사를 돌며 현안을 직접 챙긴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한다. 당초 비공개였던 일정을 공개한 점도 여론 회복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온양·천안 사업장을 시작으로 지난 9일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찾았다. 이날도 이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중장기적 디스플레이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사업부 경영진이 참석해 현안을 검토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업황 부침을 겪는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회복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과거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고려해 재벌 총수들이 감형 받은 사례가 있었다"며 "이 부회장의 행보 역시 여론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