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녹번역 일대 신축 아파트값 분양가比 4억원 이상 올라
강남·종로·마포 등 오피스 직장인들에게 인기
‘녹번-종로’ 잇는 통일로 상습 정체는 풀어야 할 숙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일대가 ‘노후 주택 밀집지’에서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곳은 그동안 서울 도심과 가까운 입지를 갖췄음에도 낡은 주택이 많아 부동산시장에서 외면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브랜드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섬에 따라 강북의 새로운 아파트타운으로 변모했다. 특히 녹번역 일대 신축 아파트들은 분양가보다수억원 많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등 몸값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 입주한 ‘래미안 베라힐즈’ 전용 59.98㎡(16층)는 지난 6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분양가(3억5000만원)에 비해 4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바로 옆 단지인 ‘힐스테이트 녹번’ 역시 지난달 59.93㎡(7층)가 8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분양가에 비해 3억5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분양권도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2021년 4월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녹번역’(879세대) 전용 59㎡의 분양권은 최근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초 분양가(4억원)보다 3억5000만원가량 많은 웃돈이 붙었다.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2020년 5월 입주 예정)은 전용 59㎡ 분양권이 이번 달 7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2017년 분양 당시 최고 분양가 4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현재 2억5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이들 단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뛰어난 입지 덕분이다. 모두 지하철 3호선 녹번역으로부터 5분 거리 초역세권에 위치했다. 특히 지하철 3호선은 서울의 인기 구간 다수를 지나는 알짜 노선으로 꼽힌다. 녹번에서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하면 광화문과 종로까지 10여 분, 강남권인 압구정까지는 30분 내로 이동이 가능하다. 아울러 충무로·신사·고속터미널역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직장인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인근 지역에 새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점도 녹번역 일대 아파트시장이 들썩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불광-녹번-홍제-무악재-독립문-무악재’ 등 지하철 3호선 주변은 ‘홍제해링턴플레이스아파트’(2021년 12월 입주 예정)를 제외하면 새 아파트가 전무한 상황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3호선 주변에 위치한 주거지역들은 강남·종로·마포 등 오피스 밀집 지역까지의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노후화가 심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며 “이런 가운데 녹번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30~4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분당선 연장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등 굵직한 교통 개발 호재들도 녹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은 강남에서 용산까지 잇기로 한 노선을 서울역을 거쳐 은평 뉴타운, 고양시 삼송동까지 연장하는 노선이다. 현재 최종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GTX-A노선도 착공을 앞두고 있다. 두 노선은 녹번역을 바로 지나지는 않지만 인근 독바위역이나 연신내역과 연계해 삼성동·분당·판교 등지로 이동하는 것을 예전보다 수월하게 해준다.

다만 녹번과 종로·광화문 등 서울 도심을 잇는 통일로의 상습 정체는 풀어야 할 숙제다. 통일로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 상습 정체로 악명이 높았다. 이런 가운데 녹변역 주변과 삼송지구·원흥지구에서 몰린 차량으로 최근 몇 년간 정체가 더 심해졌다. 2007년 은평뉴타운, 고양시 택지개발사업 추진 당시 수립된 제2통일로(은평새길) 조성도 10여 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묘연한 실정이다.

이에 은평구는 지난 7일부터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과 서부선 경전철 조기 착공, 제2통일로(은평새길) 착공을 염원하는 50만 구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명지를 서울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해 교통 해결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통일로 주변에 산다면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통일로 정체는 주변 지역의 골칫거리로 꼽힌다”며 “다만 은평구와 주민들이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조만간 정부에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