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부터 즉시연금 사태까지···윤석헌 원장도 삼성에 ‘완강’
소비자 보호 중점 점검 전망···부지급률 1.16%, 지연 지급률 8.85%로 취약 평가

삼성생명 서초사옥(사진 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 서초사옥(사진 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삼성생명 간 전면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자살보험금 사태부터 즉시연금 공방까지 악연을 이어온 둘은 내달 말 실시될 종합검사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즉시연금 문제는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보험금 부지급, 지연 지급, 민원 등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약 10영업일간 삼성생명 종합검사를 위한 사전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사전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검사의 주요 방향과 주요 점검 사항 등을 정할 방침이다. 본검사는 내달 25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앞서 지난 6월 금감원은 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를 대상으로 보험사 종합검사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는 몸 풀기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에 금감원은 삼성생명을 첫 검사 대상으로 선정하려고 했으나 ‘보복성 검사’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후순위로 미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는 데 삼성생명은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금감원의 ‘즉시연금 과소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기 떄문이다.

당시 금감원은 2017년 11월 내려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미지급금 4300억원(5만5000건)을 지급하도록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이사회는 5분의 1 수준인 71억원(2만2700건)만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법정으로 넘겨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까지 이뤄졌다.

금감원과 삼성생명 간의 악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금감원은 자살이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각 보험사들이 주계약 또는 특약을 통해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생명을 비록한 생보사들은 “보험금 청구권 소멸 시효가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내세워 지급 불가를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과징금, 기관경고,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리는 강수를 뒀고 생보사들은 결국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중징계를 이끌어냈던 당시 이성재 보험준법검사국장이 지금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맡고 있어 이번 종합검사가 ‘현미경 검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기다 윤석헌 원장 역시 과거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감리 등에서 삼성에 완강한 모습을 보여 삼성생명 안팎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아직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즉시연금 과소 지급 문제는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번 검사는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3월말 기준 338.7%의 지급여력비율(RBC)을 기록할 정도로 건전성에는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 지표에서는 일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지난 1분기 가장 많은 민원 건수(1914건)를 기록했으며 계약 10만건당 민원 건수도 10.92건으로 상위 5개 생보사(삼성, 한화, 교보, 농협, 미래에셋)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 평균(8.51건)과 비교해도 2.41건이나 많다.

보험금 부지급률과 지연 지급률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부지급 건수는 총 1188건으로 5개사 중 가장 많으며 부지급률은 1.16으로 농협생명(1.4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 부지급률(0.83%) 보다는 0.33%포인트가 높다.

같은 기간 지연 지급 건수는 8942건이며 지연 지급률은 8.85%다. 건수와 비율 모두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치다. 업계 평균 지연 지급률은 4.88%로 약 4%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반면 불완전판매율은 0.11%로 생보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재무 관리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측면을 주로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보험금 부지급, 지연 지급 문제가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한화생명 종합검사를 통해 일종의 연습을 한 만큼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삼성생명 측 역시 상반기 동안 내부 통제 등 부문에서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