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 시장에서 과거 영광 재현하기 힘들어…신시장 개척해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방송 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가 23일 개최됐다. / 사진=원태영 기자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방송 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가 23일 개최됐다. / 사진=원태영 기자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들의 한국 침투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김용배 한국콘텐츠연합플랫폼 부장은 23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 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정민 방송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방송의 상품은 콘텐츠다.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어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다”며 “특히 해외 OTT 사업자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방송 사업자들이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우리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지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배 부장은 ‘포노 사피엔스’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해 설명하며, “최근 OTT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노 사피엔스란 직립보행, 도구의 사용으로 인류가 진화해 온 것처럼 스마트폰을 필수 도구로 쓰며 생활하는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2015년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를 말한다. 그들은 온라인 동영상에 익숙하고 실시간 TV보다는 VOD 몰아보기를 선호한다. 최근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1.4%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 역시 2016년 51%에서 2012년 67%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OTT 시장 역시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8.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용배
김용배 한국콘텐츠연합플랫폼 부장 / 사진=원태영 기자

문제는 현재 미국이 전 세계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역시 유튜브와 넷플릭스 공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부장은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016년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될 당시에는 ‘찻잔속 태풍이다’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최근 1년간 192%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국내 유료 구독형(SVOD) 시장을 접수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도 다양한 토종 OTT가 존재한다. 하지만 글로벌 공룡 OTT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부장은 “글로벌 OTT가 제작 투자와 유통 활성화, 글로벌 유통 판로 확보 등의 순기능도 가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의존도를 심화하고 제작사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동시에 다양성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속에서 유일한 희망은 콘텐츠라고 밝혔다. 드라마, 예능, K-팝(POP)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호응도가 높은 점을 고려, 이를 활용해 미디어들이 연대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바로 통합 OTT ‘웨이브(WAVVE)’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SK텔레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 통합 OTT ‘푹(POOQ)’ 통합법인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중 국내 최대 통합 OTT 웨이브가 예정대로 출범할 전망이다.

웨이브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요금제를 단순하게 하고 상품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기존 푹의 경우 수십가지의 요금제가 있었지만 웨이브는 3개 정도의 요금제로 단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웨이브에는 해외 드라마, 영화, 스포츠 등의 콘텐츠를 보강할 계획이다. 김 부장은 동남아를 시작으로 웨이브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김 부장은 규제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OTT와의 세금 및 통신료 역차별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며 “유료방송과의 유사규제와 관련해선 유료방송 대체성을 입증 한 후 규제 수위를 검토해야 한다. OTT 규제 보다는 기존 방송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유건식
유건식 KBS 방송문화연구소 팀장 / 사진=원태영 기자

유건식 KBS 방송문화연구소 팀장은 국내 미디어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과 개선점에 대해 발표했다.

유 팀장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방송 콘텐츠 수출은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현재 한류는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방송사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시 장벽으로 표준 제작 시스템 미비, 저작 인접권료 비율 과다, 콘텐츠 공급 과잉, 수출 창구 분산 등을 꼽았다. 

이어 그는 “일본과 중국 시장의 경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신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팀장은 “방송사별로 서로를 경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고 정책적 보조를 같이 하는 등 상호 협력했으면 한다”며 “해외에서는 개별 방송사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라는 단일한 범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인지, 같이 상생하는 전략을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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