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치닫는 韓日 대치···“28일 한국 백색국가 제외 시행” 가능성 커져
‘강 대 강’ 치닫는 韓日 대치···“28일 한국 백색국가 제외 시행” 가능성 커져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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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배상 판결 한일 입장 차 여전···‘아베 개인배상청구권 회피’에 전문가들 “개인청구권 소멸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본격화 된 한일 간 갈등이 경제, 군사적 갈등 양상으로 깊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예정대로 오는 28일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간 ‘강 대 강’ 대치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 취지로 한국과 일본이 체결했었다.

이에 이날 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23일 “우려스럽게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등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동원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이는 사법부의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한일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오는 28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본격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수출을 까다롭게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하면 1000여가지 물품에 대해 한국 수출을 더 까다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소장은 “특히 일본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의혹을 제기한 상황에서 핵 개발과 관련된 소재나 물질은 수출을 금지 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를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오기형 간사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정부 내에서 일본의 한국 대상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등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WTO 제소를 위해 증거 자료와 사실 관계 등을 수집하고 있다. 다만 자료 수집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제동원 배상 판결 한일 타협 여부 주목

한일 갈등의 출구와 해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관계자의 의견이 갈렸다.

한일 갈등을 본격화 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지난 6월 19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출연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자고 일본에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이 부소장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에 대한 국내 압류 자산 현금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한국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일본과 배상 판결에 대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기형 간사는 “한국 정부는 이미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자금 출연 방안을 제안했었다. 또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은 민간인 대 민간인 판결인데 왜 일본 정부가 끼어드는가”라며 “중국의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의 재판 이후 일본 기업의 자발적 지급에는 일본 정부가 가만히 놔뒀다. 왜 일본 정부가 한국에만 이러는지 의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 간사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와 외교적 대화를 할 수 있다. 그것은 피해자들과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23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동원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도, 일본의 국내 상황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국제법 박사)은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에게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개인 손해 배상 청구권 소멸 여부’에 대해 물어야 한다”며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소멸되지 않았다. 이는 국제인권법적으로도 일본 국내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도 센터장은 “2005년 12월 유엔총회 결의에서 만장일치로 ‘피해자 권리 기본원칙’을 채택했다. 이는 국가 간 우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 중심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일본 국내적으로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배상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 인정했다”고 했다.

도 센터장은 “한국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WTO 제소를 해야한다”며 “일본의 7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국제 분업체계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한 데 따른 결과다. 일본의 조치에 일본이 타격을 받으면서 일본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근로정신대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들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상임대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들은 지난해 11월 미쓰비시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대법원 판결 난 것과 내용이 같다”며 “헌법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대법원 판결도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날 것으로 믿는다. 법은 눈치를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은 양금덕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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