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사업자에게만 세제 등 혜택···“공급자 선정 응찰도 눈치 보여”
업계 “정부, 시장 개입 중단하고 민간 이양 약속 지켜야···논의 속히 시작되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사실상 브랜드로 정착한 ‘알뜰주유소’ 사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비판 속에서 해당 사업을 출범할 당시 당국은 업계에 ‘적절한 때’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양 계획 발표는 물론,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훼손 논란과 사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특정 업체의 간판을 내걸지 않은 무폴(無poll)주유소를 운영하며 알뜰주유소 간판을 내건 개인사업자들의 주유소, 농협중앙회의 ‘NH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의 ‘ex-오일’ 등을 통칭한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총 1174개로 전체 주유소의 10.2%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이 처음 시행된 것은 2011년 12월이다. 유류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을 의심했고, 정유사들의 영향력 약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알뜰주유소를 선보였다. 각 알뜰주유소는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유류를 공급받고, 사은품 제공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소비자에 기름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최초 1리터당 100원 싼 유류 공급을 약속했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40~50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인건비를 낮춰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하는 셀프주유소들과 큰 차이가 없으며, 정유사 제휴카드 또는 적립카드를 통한 추가적인 할인 효과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타 정유사업자들과 다를 바 없는 구조”라고 힐난했다.

이어 그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때, 정유사들의 담합을 의심하며 정부 주도로 시작된 알뜰주유소 사업은 해당 사업자들에게만 재산세를 50% 감면해주는 등 각종 혜택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 온 측면이 크다”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질서를 훼손했다는 비판 또한 가능한데, 국제유가도 당시의 절반 수준인 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 사업이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알뜰주유소 사업 시행으로 정유사들이 담합 의혹을 벗게 됐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당초 정부는 민간에 이양할 뜻을 밝힘과 동시에 과도한 시장 개입 논리를 잠재우고 알뜰주유소 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정부의 공약은 잊혀졌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민영화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없다”고 비판했다.

알뜰주유소 사업은 한국석유공사 등 공공기관이 정유사로부터 공동 구매 형식으로 기름을 공급받아 납품하는 구조다. 1부시장과 2부시장으로 나누어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1부시장 공급업체는 NH주유소와 ex-오일 등에 납품한다. 1부시장은 중부권역(경기·강원·충청)과 남부권역(영·호남) 등으로 나뉜다.

2부시장은 한국석유공사가 유류를 대량 구매해 이를 배송할 정유사 혹은 유류 수입사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신규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 사업자 선정이 진행됐다. 기존에 한화토탈(옛 삼성토탈)이 맡았던 2부시장 사업자가 결정되지 않은 채 1부시장에서는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각각 중부·남부 공급을 맡게 됐다. 이들은 내달 1일부터 2년간 유류 공급을 하게 된다.

이번 입찰은 유찰과 재입찰 끝에 최종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국제유가는 변동이 심한 반면, 한 번 정해진 가격에 2년간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 주도의 사업이어서 눈치 보며 응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혜 논란 및 실효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가 약속한 민간 이양 계획이 속히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는 알뜰주유소가 1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기존 사업자들이 아닌 신규 정유사업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혹은 4개 업체가 25%씩 출자한 새로운 모델이 출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4개 사업자 중 특정 업체가 점유율 10%를 웃도는 알뜰주유소를 선점하게 될 경우 순위가 뒤바뀌거나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다른 방안이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이번 입찰로 신규 사업자가 선정된 만큼 향후 2년간 민간에 이양될 가능성은 ‘제로(0·Zero)’에 가깝다”고 했다. 또 “그렇기에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민영화 진행 여부와 계획 등을 묻는 시사저널e의 질의에 “처음부터 민영화 계획은 없었으며,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없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고 답했다. 한국석유공사 측의 이 같은 해명을 두고 업계는 “정부가 (민간 이양을) 약속했었다”고 재차 반박했다.

한편,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2015년 2월 알뜰주유소 사업이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라며 한국석유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민간 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제소 배경을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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