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국내 음식 배달 시장서 배민 7월 주문건수 전년 대비 60% 증가
시장 성장속도 매우 빨라 쿠팡·위메프 등 신규 배달앱 사업자들 진출 영향 미미···"쓰던 앱 쓴다" 소비 관성 깨는 것이 과제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우버이츠 등과 경쟁한 지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쿠팡이츠가 '배달비 0원' 등 강력한 마케팅을 앞세워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자들의 파이를 빼앗았을까.  

결론 먼저 말하면 쿠팡이츠와 같은 신규 사업자의 등장으로 기존 사업자들의 점유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은 엇나간 듯 보인다. 파이의 크기가 고정된 상황에서 사업자 수가 늘어난게 아니라, 파이 자체가 계속해서 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시장 규모는 20조원이었다. 10조원에서 20조원이 되는 데는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중 3조원이 배달앱 시장이고, 이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만 2곳의 굵직한 사업자들이 배달앱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위메프는 지난 4월 위메프오를 론칭했고, 쿠팡도 5월 말 쿠팡이츠 베타서비스를 오픈했다. 이후 양사는 페이백, 배달비 0원 등 기존 업체들은 내걸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고객들은 유인하고 있다. 초반 강남 3개구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이츠는 현재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 권역을 넓혔다. 그만큼 기존 사업자와 많은 지역에서 마주치게 됐다는 의미다. 

국내 배달앱 점유율은 1위가 배달의민족으로 55%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요기요와 배달통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딜리버리코리아로 40%로 추정된다. 이 둘이 빠진 나머지 5% 내외의 시장을 쿠팡이츠, 위메프오, 우버이츠, 카카오주문하기 등이 나눠갖고 있는 것이다. 

높은 점유율의 기존 사업자들은 새 업체의 등장에도 꿈쩍않는 모습이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주문건수는 전년 대비 상승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의민족 주문건수는 3200만건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2000만건) 대비 60%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월 이용자수(MAU)도 1000만~1100만명으로 지난해 12월 900만이었던 데 비해 더 늘어났다.

미국서 약 20% 점유율을 갖고 있는 우버이츠가 국내에 처음 들어올때만 해도 음식 배달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월 100만건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한다. "사람들은 결국 쓰던 걸 쓴다"는 이유에서다.   

◇ 新 배달앱들의 0원 릴레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결국 관성을 깨는 게 신규 사업자들의 과제다. 배달서비스의 경쟁력은 입점 식당수나 배달비, 배달시간 등 사용자 경험(UX) 전반에 달려있다. 쿠팡은 현재 저 모든것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케팅비 차원으로 타 업체에서는 2000원에서 3500원, 많게는 5000원씩도 받는 배달비를 아예 0원으로 책정했다. 어디에서 어떤 식당의 음식을 시키든 공짜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배달앱의 가장 큰 불만이 배달비라는 걸 알고 이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쿠팡이츠가 베타서비스를 론칭한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쿠팡이츠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로켓배송(빠른배송)을 원칙으로, 배달음식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쿠팡이츠 구동화면 
쿠팡이츠가 베타서비스를 론칭한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쿠팡이츠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로켓배송(빠른배송)을 원칙으로, 배달음식 시장에 진출했다. / 사진=쿠팡이츠 구동화면 

배달기사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거침없다. 라이더가 빠르게 나타나 빠르게 음식을 픽업해 빠르게 배송을 해줘야만 쿠팡이츠가 목표하는 '로켓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 라이더는 쿠팡플렉스처럼 일반인들이 신청해서 자전거, 오토바이, 자차 등을 활용해 배달할 수 있는데, 지원자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과 시간당 정해진 돈(1만 5000원 선)을 받는 방식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다.

게다가 쿠팡이츠의 라이더 배달 건당 수수료는 업계 평균(3500원 선)의 2배인 7000~8000원 선이다. 소비자로부터 받는 배달비는 0원이지만, 라이더에게는 건당 8000원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츠 라이더에 지원했던 A씨는 "평일 오후 1시, 강남에서 오토바이로 배달했다. 1시간에 2건을 배달하고 1만4000원을 받았다"면서 "건당 수수료를 적게 주는 다른 업체에서 배달대행을 했을 때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쿠팡이츠의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라이더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라면서 "7000원짜리를 3건해서 2만1000원을 받아가느냐, 3500원짜리를 10건해서 3만5000원을 받아가느냐는 라이더 각자의 판단이지만 지금은 점유율이 높은 대형 업체에 주문이 90% 이상 몰린다. 라이더 대부분은 건당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얼만큼 배달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페이백이나 배달비 0원 같은 큰 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서비스는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꾸준히 진행하긴 힘들 것"라고도 말했다.

쿠팡이츠의 공짜 서비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용자 입장에서는 마냥 즐거운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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