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화·증시 약세 보였지만 큰 충격은 나타나지 않아
일본과의 갈등 악화, 미국과의 공조 약화 우려는 부정적 요인
“지소미아는 외교적 문제···일본발 악재는 이미 선반영”주장도

국내 금융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가 향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본과의 갈등 격화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도 문제를 일으켜 금융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미 반영된 악재로 금융시장에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2원 오른(원화 약세) 달러당 1210.6원에 마감했다. 전날 대비 4.6원 오른 달러당 1212.0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14.8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1222.2원을 기록한 이후 안정세를 찾았던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감, 미국 잭슨홀 미팅을 앞둔 대기심리가 발생하면서 상승폭은 축소됐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2원 오른(원화 약세) 달러당 1210.6원에 마감했다. / 그래프=키움HTS.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2원 오른(원화 약세) 달러당 1210.6원에 마감했다. / 그래프=키움HTS.

이날 약세 흐름은 전날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날 청와대는 한·일 간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소미아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이지만 더 이상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당초 외교가의 예상과는 다른 결정으로 풀이되면서 당시 역외 환율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10원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증권시장에서는 당장 큰 충격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71포인트(0.14%) 하락한 1948.30에 마감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일상적인 수준으로 분석된다. 지수는 전장보다 8.59포인트(0.44%) 내린 1942.42로 개장해 장중에는 상승 반전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5.97포인트(0.98%) 내린 606.28로 출발했지만 낙폭을 줄이면서 전 거래일보다 3.27포인트(0.53%) 하락한 608.98로 장을 끝냈다.

다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증권업계는 대체적으로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일본과의 갈등 악화 자체를 국내 증시 참여자를 긴장케 할 요인으로 분석한다. 다시금 한국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보복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를 향해 보복 조치를 번갈아 단행하고 있다. 전반적인 투자심리는 또 한번 외부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다”며 “분수령은 일본의 2차 보복 조치가 시행되는 오는 28일이다. 여기서 일본은 우리 산업계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1분 브리핑’ 보고서에서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대로 지소미아 종료 이슈가 국내 금융시장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국내 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아닌 정치·외교적인 이슈에 더 가깝다”며 “일본과의 갈등을 악화시켰다는 부분에선 부정적이지만, 이 이슈는 이미 국내 증시에 선반영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