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 중대한 변화 초래해”
높아진 비판 분위기 속, 日 ‘입장불변’에 폐기 강행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 통보 시한(24일) 이틀 앞두고 ‘폐기’ 결정을 내렸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의결했고, 지난 7일 관보를 통해 공보한 바 있다.

이에 한국 내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GSOMIA 폐기 등의 방안들이 오르내렸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무역과 관련해서는 ‘안보우려국’으로 분류한 반면, 안보 분야에서는 정보를 교류하는 ‘안보신뢰국’으로 분류하는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높아지는 비판 여론에 한국 정부는 GSOMIA 폐기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끝내 경제보복 조치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 정부의 GSOMIA 폐기 결정에는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내용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회담 중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경제보복 조치 등 한일 갈등 현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선회’는 없었다.

강 장관은 이날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이 없었지만, 외교 당국 간 진솔한 소통을 통해 상대방 입장이 왜 그런지 이해가 됐다”고 회담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편 GSOMIA 폐기 문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한 후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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