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실적지표 가장 저조···지난해 공공기관 평가도 ‘낙제점’
기관 특성상 많은 규제로 자구책 마련 한계···전문 컨설팅 등 개선책 ‘고심’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 이미지=연합뉴스, 조현경 디자이너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 이미지=연합뉴스, 조현경 디자이너

공기업은 공익적 성격을 띈 기업으로, 공공의 복리를 증진시키면서도 수익성을 챙겨야 하는 기업이다. 자칫 손실이 나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에 경영 상황과 운영 실태에 대한 관심을 놓을 수 없는 기업이기도 하다. 시사저널e는 국내 주요 공기업들의 최근 실적과 현안, 향후 전망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마사회가 실적 개선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가 악화됐지만 기관 특성상 각종 규제로 개선책 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취임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이 경영능력을 발휘, 실적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실적이 최근 5년 이래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410억원, 당기순이익은 1827억원으로 2017년 영업이익 2077억원, 당기순이익 2226억원보다 각각 32%, 18% 떨어졌다. 누적 관람객 수도 지난해 1268만명을 기록, 2017년 1293명보다 25만명 줄었다. 

올해 실적 지표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김낙순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18년 1월 취임 당시 과거 국회의원과 노무현·정동영·문재인 대선캠프 활동 등 정치 경험은 풍부하지만 말산업이나 공기업 관련 경력은 없다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김 회장 취임 당시 마사회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거센 질타를 받은 상황이라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조직을 추스렀다. 지난해 5월에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은 6대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1948억원을 투입, 말산업 육성, 사회 공헌, 건전한 놀이문화 조성, 경마 이용자 보호, 장외 발매소 운영혁신, 기관 윤리·준법성 등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김 회장 체제 이후 마사회는 용산 장외발매소 환원, 과천 렛츠런파크의 문화공간 조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익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공공성과 공익성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펼쳐나갔다.

이에 마사회가 도박이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인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외부 평가는 좋지 않았다.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마사회는 2017년 C등급보다 한 단계 떨어진 D등급을 받았다. 감사 평가에서는 평가대상 공기업 27곳 중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평가는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혁신성 등 김 회장 취임 이후 마사회가 중점을 뒀던 부분의 평가 비중이 높아졌지만 성적은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김 회장에겐 뼈아픈 부분이다. 당장 정치인 출신 기관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공공기관장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보여주기 식 정책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표=조현경 디자이너

◇비정규직 1921명 정규직 전환···내부기강 해이는 개선 필요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등 단순 재무 지표로 김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실적이 악화되면 방만 경영 지적이 나오고, 반대로 매출이 늘어나면 정부가 사행산업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는 마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1000억원 가량 매출이 발생하던 용산장외판매소가 폐쇄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불법 사설 경마 시장이 커진 점도 마사회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문기관에 컨설팅을 받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으나 회사 특성상 다양한 규제를 받다보니 개선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마사회는 현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전체 362개 공공기관 중 최대규모인 비정규직 192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처우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경영부담을 감수하고 공익성을 추구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평이다.

내부 기강 해이 문제는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 내부 감사에선 부서장이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내부 직원이 발매업무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마권 발행하는 등의 행위가 적발됐다. 감사원 감사에선 노사 합의에 따라 전임 직원 유가족을 채용절차 없이 경마지원직으로 채용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마 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제약에 쌓여있어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며 “공익성과 실적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경영 전략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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