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SSM 부흥기였던 2012년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도입
도입 초기인 2013년, 의무휴업 당일 주변 상권 소비증가율 36.9%에서 2016년 6.5%까지 하락
도입 당시부터 학계 등에서 '소규모점포생존율 낮춘다' 등 부작용 지적···"원점에서 재검토 필요"

/그래픽=이다인
/ 그래픽=이다인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위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업규제들이 난관에 빠진 유통산업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초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흥기에 입안된 규제들이 현실에 맞게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간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저렴한 가격 등을 무기로 가파르게 성장해 제1의 소매업으로서 입지를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2010년 이후에는 대형마트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이후 SSM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보유한 매장 수는 2012년(463개) 최고점을 찍은 후 서서히 하락해 지난해 기준 420개까지 내려왔다. 2008년 446개에 불과했던 SSM은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다 2015년 1500개까지 점포가 확대된 이후 답보 상태다.

정부는 대형마트와 SSM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당시인 지난부터 2010년 규제의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유통 대기업들인 대형마트와 SSM이 골목상권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2010년에는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제를, 2012년에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업시간 제한 등이 도입됐다.

문제는 규제 도입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듯 싶더니 현재는 유통산업 발전을 옥죄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유통학회 등이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휴무 당일 대형마트 주변 상권의 소비증가율은 2013년 36.9%에서 2016년에는 6.5% 감소했다. 최근에는 주당 근무시간 감소정책으로 대형마트 각사가 자체적으로 영업시간을 줄여 고용도 줄었다.

이런 문제점은 영업규제 도입 후 꾸준히 학계 등에서 제기됐다. 2015년 발표된 ‘대형마트 진입규제 및 영업규제 정책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저자(주하연·최윤정)는 “대형마트의 진입을 억제하는 정책이 소규모점포들의 생존율을 낮추거나, 유통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을 저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대형마트 진입규제에 따른 유통업체간 경쟁 약화는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후생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 기존 연구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역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식자재마트 같은 준대형 대형마트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기존 대형마트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분기적자를 기록하고, 수익성이 나쁜 대형마트 점포들의 폐점이 이어지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제들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당장 대목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주에 하루를 쉬어야 한다. 둘째와 넷째 수요일 문을 닫았던 대형마트 각 사의 일부 점포들은 둘째 주 수요일이 추석 연휴 바로 전날인 점을 감안해 의무 휴무일을 추석 당일로 옮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점포리뉴얼 등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고객들이 찾아오는 날을 늘려야 한다. 의무휴업이 효과가 없다면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