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항공사, 2분기 실적 모두 부진···공급 과잉 문제 장기화될 수 있어
과거 미국 항공 규제 완화 이후 공급 과잉으로 일부 항공사 도산

국내 항공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2분기 실적에서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모두가 적자를 기록한 것인데,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의 희망보다는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들에게 주된 원인을 물어보면 나오는 말은 항상 똑같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화물 부문 실적 부진 등이 일시적인 악재라면 공급 과잉은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현재 국내에는 8개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가 400여기가 넘는 항공기를 운용 중에 있다. 여기에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 신규 면허를 발급 받은 3개 항공사도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재 국내 항공업계의 모습이 1978년 항공 규제 완화 이후 미국 항공업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미국 항공업계는 과잉 공급으로 일부 항공사가 도산한 바 있다.

미국 카터 행정부가 진행한 항공 규제 완화는 ‘정부가 항공 산업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78년 법안이 통과됐고, 198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1983년엔 규제를 담당하던 민간항공위원회가 폐지됐다.

규제 완화 이후 항공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초기엔 경쟁이 치열해지며 서비스 개선 등 규제 완화로 인한 장점들이 부각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항공사 도산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 항공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트랜스월드항공(TWA)과 이스턴항공, 팬암항공 등은 규제 완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인수되거나 정부에 파산을 신청했다.

특히 TWA는 1979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1984년 기업을 공개 시장에 매각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1988년 이후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2001년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인수됐다.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이렇다 할 차별화 전략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LCC의 경우 국내에서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은 중국·일본·동남아·러시아 등으로 제한적이다. 일본 불매 운동 이후 ‘노선다변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현실은 기존 노선의 운항 편을 조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기자와 만났던 한 항공사 관계자는 “수요는 이미 최대치까지 올라왔는데, 공급은 그걸 넘어서 더 추가되고 있다. 10개가 넘는 항공사 시스템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