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로 먼저 피해본 것은 국내 중소기업···불매운동 피하기 위해 국적 숨기는 일본기업

한국 기업으로 보이던 외국계 기업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아마도 일본 불매운동의 연장선상 영향이 클 것이다. 지분 절반 이상이 외국계 사모펀드 혹은 해외 본사가 소유 중인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들로 낙인이 찍혔다. 개중에는 해외 기업이 한국 법인을 세웠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아 ‘국적’에 세탁된 경우도 있다.

IT업계와 스타트업을 취재하다보면 글로벌 시대에 한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뭐가 중요한가 싶다는 생각도 든다. 스타트업이 시리즈 C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을 때 자금력과 투자 경험이 많은 외국 펀드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 전 기업가지 1조원, 10조원을 달성한 유니콘, 데카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매’를 피하기 위해서 교묘하게 국적을 가리는 기업들이다. 불매운동이 3개월 가량 길어지면서 ‘일본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얼마나 큰 타격을 불러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유니클로나 ABC마트, 여행업계를 보면서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류를 피하기 위해서 무작정 ‘한국 기업’이라고 우기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제조기업 A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매출을 위해 거래하던 업체들과의 계약 방식을 바꿨고, 이로 인해 A사와 거래하던 한 업체가 부당함을 주장했다는 기사였다. A사 임원은 기자에게 “우리는 공장도 한국에 있고, 대부분 직원이 한국인이니 한국 기업”이라면서 일본이라는 글자를 기사에서 빼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일본에 본사가 있는 외국계 기업이지만, 불매운동의 타격을 피하고 싶다는 눈치였다.

불매운동을 촉발한 것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는 오히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59.9%가 '일본정부의 경제 보복조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 중 83.2%는 ‘매출규모 축소’를 예상하기도 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도리어 국적을 숨기려고 한다. 일본이 먼저 경제보복을 했지만 한국에서는 장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최근 몇 년새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오너리스크 기업들에 대한 처단이 되기도 했다. 결국 일본 기업 소비를 하지 않는 것도 이들의 선택이다. 일본기업들은 국적을 세탁해달라는 요청보다는 어서 한일 갈등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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