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위비 분담금 대비 5조원 인상 방침 내비쳐···미군 인건비·훈련비용 등 포함
비상식적 요청에 난색 표하는 韓···상호방위조약·SOFA 등 위반 지적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사실상 시작되면서, 양국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991년 시작됐고, 조만간 제11차 협정이 진행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에서 미국이 한국이 지불할 방위비를 대폭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초 진행됐던 제10차 협정 때에도 이와 같은 방침 하에 한국을 압박했고, 최종적으로 한국이 전년 대비 8.2% 증가한 1조389억원의 방위비를 지불하는 1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미 한국이 지불할 방위비가 큰 폭 상승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이번 제11차 협정에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방위비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티모시 베츠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이 자리에서 ‘50억 달러(약 6조525억원) 상당’의 방위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위비 50억 달러’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한 규모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규모는 한미연합훈련,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남중국해 항행 자유 작전, 미군 인건비, 군사적 자산 전개 비용 등 내역을 포함시킨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한국이 지불해야 할 내역의 방위비를 미국이 대신 지불하고 있다며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장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은 현금으로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미국의 방침에 대해 한국은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3년 제9차 협정에서 2014년(9200억원)부터 2018년(9602억원)까지 매년 약 100억원씩을 인상했던 반면, 약 5조원을 더 지불하라는 미국의 요청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방위비 산출 근거들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등에도 위반되는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와 SOFA 제2조 등에서는 한국은 주한미군 군사부지(공여) 제공, 토지 보상 등을 부담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미군 인건비, 훈련비용 등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의 입장을 장 대표는 회동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분담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베츠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도 미국의 계획에 반발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24 광주 시민대회 준비위원회는 2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를 지연시키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력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미국 역시 규탄한다”며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주적 입장에서 군사 협정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