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팽창·경쟁심화 따른 경쟁력 확보 차원···배터리 新시장 ‘폐배터리’
SK이노 수산화리튬 세계최초 기술···LG화학·삼성SDI 마중물 가동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폭발적인 시장 확대와 더불어 치열한 경쟁이 점쳐지는 전지(電池)업계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폐(廢)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에 장착됐다 수명이 다 해 폐기되는 배터리에서 주요 소재를 추출하거나 활용을 달리해 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개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가장 두각을 보인 곳은 중국이다. 세계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수년 전부터 범정부적 육성정책으로 관련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유럽의 경우 신규 법안을 준비하며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다. 반면 한국·중국과 ‘글로벌 3대 배터리 생산국’인 일본과 ‘세계 3대 전기차 시장’ 미국 등에서는 관련 법규가 전무하다.

국내에서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업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거는 등 본격화 하는 추세다. 대기업과 더불어 자원순환기본법 등에 따라 재사용·재활용 중소기업들이 관련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중국·호주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의 협업 및 조인트벤처(JV) 등이 추진되거나 검토되고 있다.

폐배터리 사업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로서 능력을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하는 ‘재사용(Reuse)’ 방식과 폐배터리에서 새배터리 제작에 사용가능한 소재를 분리하는 ‘재활용(Recycle)’ 방식 등이다. 통상적으로 수거된 폐배터리는 ESS 활용 가능 여부에 따라, 재사용배터리가 되거나 재활용배터리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탑재돼 충·방전을 거듭하며 성능이 70~80% 수준으로 떨어진 배터리를 흔히 폐배터리라고 부르는데, 이는 전기차용 배터리로서 부족하다는 의미지 배터리로서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니다”며 “ESS에선 충분히 활용이 가능해 우선적으로 재사용 여부를 따져보고, ESS에서도 활용이 불가하다 판단될 경우 소재를 추출하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전했다.

폐배터리 시장이 부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관련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속속 나오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공통적으로 내년부터 초창기 출시된 전기차를 중심으로 폐배터리 배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가 폐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현재 비중은 3% 안팎이지만, 향후 90%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관련시장 확대를 염두하고 양극재에서 리튬을 포함한 니켈, 코발트 등 핵심소재 분리기술개발에 주력했다. 현재 세계최초 고순도 수산화리튬 회수 독자기술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개발은 막바지단계며 ‘폐배터리 수거, ESS활용 여부 체크, ESS 활용 또는 소재분리’ 등으로 이어지는 전후방 밸류체인 구성을 추진 중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들이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지고 때론 품귀현상을 빚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배터리가 전기차 생산원가의 40% 수준이기에, 원재료 가격과 안정적 공급선이 향후 전기차배터리 경쟁력의 핵심이라 보고 있어, 90% 이상 재활용 가능한 소재들을 폐배터리로부터 추출하는 기술에 집중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업계 1위 LG화학은 호주 폐배터리처리 전문 업체 ‘인바이로스트림(Envirostream)’과 함께 협업을 진행 중이다. LG 측이 폐배터리를 수거해 인바이로스트림 측에 건네면, 인바이로스트림이 이를 복구한다. 복구가 완료된 폐배터리를 LG화학이 다시 공급받아 배터리 생산을 위한 연료로 전환하는 체계다.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JV를 설립해 중국시장 진출도 도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화유코발트는 세계 2위의 코발트생산업체이자 양극재분리기술을 지닌 한국기업 ‘TMC’의 최대주주다. 지분 70%와 관련기술 등을 최근 흡수했다. 업체 관계자는 “폐배터리의 수거부터 활용에 이르는 순환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며 이내 가시적 성과가 드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SDI는 이차전지 리사이클 업체 성일하이텍을 비롯해 복수의 업체들과의 협업을 검토 중이다. 삼성 측 관계자는 “활용 방안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여러 가능성 등을 검토·타진 중”이라며 “관련산업의 성장과 함께 재활용·재사용하는 방식의 사업모델 또한 부각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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