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물파스 효능으로 중풍 예방 거론, 취재 시작되자 동영상 삭제···신신 “의학적 근거 판단 불가, 공익 차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물파스가 중풍을 예방한다는 한의사의 발언이 실제 물파스를 만드는 신신제약의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아무리 전문가의 소신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언급을 제약사의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됐다.

특히 물파스 효능으로 중풍 예방을 거론한 한의사 동영상을 게시한 신신제약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사를 한 후 문제가 있으면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신제약은 취재가 시작되자 동영상을 전격 삭제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초순 한 종편 프로그램은 이모 한의사를 출연시켜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모 한의사는 방송에서 “중풍 예방의 핵심은 뒷목 관리”라며 “목 뒤에는 가운데 풍부혈이 있고 양 옆으로 풍지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모 한의사는 “물파스 사용설명서는 근육통, 관절통, 벌레 물린 데로 나와 있는데 저는 네 번째로 중풍 예방에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난 직후나 자기 전에 물파스를 바르면 중풍 예방에 좋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이모 한의사의 주장에 대해 송태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만 말했다.

이 같은 한의사의 '물파스 중풍 예방' 주장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의사가 전문가적 소신을 갖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방송이 아닌 학술 논문으로 발표했으면 의학적으로도 더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의료계 일각에서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내용을 신신제약이 자사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점이다. 신신제약은 지난 7월 하순 자사 페이스북에 이모 한의사가 출연한 종편 프로그램 영상을 올려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신제약은 “하루 두 번, 뒷목 전체에 000 바르기만 해도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며 “한의사가 추천하는 쉽고 간단한 중풍 예방 팁, 영상에서 만나보세요”라고 밝혔다.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신신제약은 이날 동영상을 전격 삭제했다. 이 동영상은 삭제 전인 이날 오전 현재 18만여명이 조회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한의사가 물파스의 중풍 예방 효과를 종편 방송에서 언급한 것은 전문가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중견 제약사가 그 내용을 자사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놓았다는 점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지적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공식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이라면 자사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 올려 홍보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종편 방송에서 한의사가 나와서 이야기하는 내용까지 제약사가 올리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이모 한의사가 물파스의 효능으로 중풍 예방까지 거론한 내용이 포함된 동영상에 대해서는 논란은 물론 불법성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관계자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조사 후 문제가 있으면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란 물파스의 허가 사항 외 효능과 효과를 광고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신신제약 측은 이번 동영상 사태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물파스의 중풍 예방 주장에 대한 의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회사가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신신제약 물파스에 포함된 ‘노닐산바밀아미드’ 성분은 통증 완화와 혈관 확장에 효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게 된 경위에 대해 신신제약 관계자는 “물파스가 포함된 종편 방송을 우연하게 봤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일반인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종편에서 저작권을 구매해 동영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순수한 의도에 따라 종편에 대가를 지불하고 공익을 위해 취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물파스의 효능에 대한 질문에는 당연히 중풍 예방은 식약처의 허가 사항이 아니며, 동영상에 자사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동영상에 신신제약이 직접 거론됐으면 문제가 됐겠지만 물파스로만 언급이 됐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신신제약 관계자는 “이번 동영상 게시는 여타 사익 추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공익 차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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