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베이징서 한일 양국 입장 최종 확인 ‘분수령’···韓, 회동 이후 판단 마무리할 듯
강경화 외교장관 “결정된 것은 없다”···美·中 중재·연장 요청 분위기 영향 ‘신중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결정 통보 시한(24일)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오는 21일 개최되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 결정 등 경제보복 조치에 따라 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이번 회동 이후 한국 정부가 검토 중인 ‘GSOMIA 폐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년 만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외교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동은 한일 갈등 상황에서 양국의 입장을 최종 확인하는 자리이자 향후 양국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회동에서 일본이 기존 경제보복 결정과 명분을 고수할 경우 ‘화이트리스트 배제 맞불 대책’ 등을 진행하고, 동시에 ‘GSOMIA 폐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GSOMIA 폐기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지만, 지난 7일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공포 이후 폐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수출규제 조치와 GSOMIA 등에 대해 일본이 한국을 각각 ‘안보우려국’, ‘안보신뢰국’ 등으로 분류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다만 한일 양국이 ‘강대강’으로 대립할 경우 상호간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의 시행까지 판단을 유보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외교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비치면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은 이와 같은 한국 정부의 메시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대답이 나오는 자리이고, 한국 정부가 GSOMIA 폐기 관련 최종 결정은 ‘마지노선’인 오는 28일 이후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상 회동 직후 한국 정부의 판단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회동 참석을 위해 20일 출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GSOMIA 폐기와 관련해 “아직 검토하고 있다.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고, 청와대도 “일본의 전향적 태도, 군사정보의 양적·질적 평가 등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회동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되, 결과를 예단해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국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 미국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관계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이번 회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 기류 변화의 가능성이 있고, 미국 정부도 GSOMIA 연장을 요청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쉽사리 ‘폐기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9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GSOMIA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일본 도쿄에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도 GSOMIA 연장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군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중국, 미국 등 국가와의 외교‧안보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한미일 공조, 중국과의 외교 등 부담 요인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국가의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GSOMIA 연장 폐기 통보는 하지 않고, 정보공유만 하지 않는 방법도 검토하며 신중한 모습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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