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산업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방안·노무비 삭감 금지’ 추진 진전 없어
발전산업 하청노동자 ‘정규직화 방안·노무비 삭감 금지’ 추진 진전 없어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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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주체인 노사전 협의체 및 당정 논의 모두 답보···“산업부 소극적”
‘김용균 사망 진상규명’ 결과와 권고안도 정부가 이행점검위 만들지 않으면 ‘실효성’ 없어
한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내부를 정비하는 하청노동자들 모습. / 사진=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한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내부를 정비하는 하청노동자들 모습. / 사진=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발전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안전과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규직화 방안과 노무비 삭감 금지 방안 추진 모두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추진해야 하는 노사전 협의체와 당정 협의 모두 관련 논의가 답보 상황이다. 그 사이 하청노동자들의 지위는 여전히 불안하고 일부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절반을 착복했다.

당정은 지난 2월 5일 ‘김용균법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발전 5개사의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 통합협의체를 통해 전환방식과 임금산정, 근로조건 등 구체적 사항을 논의하도록 했다.

또 5개 발전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해당 업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했다. 경상정비 분야도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구성해 근로자의 처우 및 정규직화 여부 등 고용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과 위험을 줄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당시 당정은 노무비 삭감없는 개편 작업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정규직화 방안 논의와 노무비 삭감 금지 방안 추진 모두 멈춰있다.

우선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정규직 전환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당정이 발표한 지 반년이 넘고 첫 회의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답보 상태인 것이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경우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이견이 크다.

20일 노·사·전 통합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경우 새로운 공공기관을 만드는 방안이 5가지 정도 논의되고 있다. 한전이 100% 출자해 공공기관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 5개 발전공기업이 출자해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 등이다”며 “여러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 분야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른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준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지난 2월 당정이 발표한 바는 발전 산업 정비 분야의 정규직화 방법을 노·사·전 통합협의체에서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협의체에서 결정하면 된다”며 “그런데도 사측은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 분야 노·사·전 통합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노측위원은 “하청 노동자들은 발전공기업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한전 자회사 방안은 기존의 자회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산업부·민주당, ‘노무비 삭감 금지’ 추진 제자리 걸음

당정이 발표한 노무비의 삭감 없는 지급 방안 추진도 반년째 답보 상태다. 그 사이 일부 하청업체들은 발전 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절반을 착복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산업부는 당정 합의에 따라 “근로자 처우와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노무비를 삭감 없이 지급토록 하고, 해당 노무비가 제대로 지급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발전회사-정비업체간 계약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산업부와 민주당은 노무비의 삭감 없는 지급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지난 20일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진파워, 금화PSC, HPS, 한산 등 발전공기업 하청업체들은 공사를 통해 노무비를 정산금액 대비 40~50% 착복했다. 또 협력사들은 인건비를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 2건으로 받으면서 하청노동자 1명 만 투입하는 등 1인 2역을 시켜 노무비를 이중착복하기도 했다.

이에 발전공기업의 하청업체들은 2017년과 2018년 영업이익률이 9.1%~19.5%에 달했다. 이는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 2017년 6.6%, 2018년 5.98%를 크게 웃돈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는 민주당과 산업부, 기재부 등이 노무비 삭감없는 지급 방안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산업부에서 관련 논의에 소극적이었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날 특조위 발표가 있었으니 이제는 노무비 삭감 없는 지급 방안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조위가 전날 발표한 진상규명 결과와 권고안도 정부가 이행점검위를 만들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날 특조위는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운전 및 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특히 특조위는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이행점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특조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행점검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안이 묻히게 된다”며 “국무총리실이 꼭 이행점검위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공기업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일하는 신대원 지부장은 “지금 노사전 협의체 분위기를 보면 올해 안에 결과물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며 “결국 대통령과 국무총리 의지가 중요하다. 정규직화와 노무비 삭감없는 지급을 위해 정부부처에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씨가 지난해 9월 한국발전기술 입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정장을 입고 씩씩하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 사진=공공운수노조
고 김용균 씨가 지난해 9월 한국발전기술 입사를 앞두고 자택에서 정장을 입고 씩씩하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 사진=공공운수노조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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