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구글스타트업캠퍼스·스타트업얼라이언스·코리아스타트업포럼 모여 ‘스타트업코리아2019보고서’ 발표
‘스타트업 진입 막는 규제’ 여전히 문제로 지목···“정부 많은 노력하고 있지만 애매한 규제 수정해야”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발표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 표=이다인 디자이너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발표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 / 표=이다인 디자이너

양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제 질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유니콘 기업이 9개가 됐지만 여전히 진입 규제, 미비한 데이터 환경, 투자회수 인수합병(M&A) 부족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스타트업들은 애매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바로 잡고 플랫폼 수익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일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7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사업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한국 유니콘 기업수도 글로벌 5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당한 양적 성장을 달성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 스타트업의 사업 환경은 여전히 스타트업 선진국 대비 열악한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진입 규제는 유니콘 개수 기준 글로벌 상위 10대 스타트업 선도국 중 9위로 최하위 수준이며, 데이터 인프라 환경, 인재 유입 환경 역시 글로벌 상위 10대 스타트업 선도국 중 8위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보고서는 ▲시장 창출을 위한 진입 규제 환경 ▲혁신적 서비스, 제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 환경 ▲창업-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을 위한 투자 환경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한 인재 유입 환경을 개선해 스타트업 생태계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 참여한 안희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한국의 스타트업 진입 규제 환경은 정부, 여론,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나서서 많이 개선되고 바뀌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성장을 막고 있는 규제가 있다”며 “글로벌 혁신 사업 모델의 57%,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 70%의 글로벌 혁신 사업 모델이 한국에서 사업화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안 파트너는 “특히 O2O(Online to Offlinem,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헬스케어, 핀테크 분야에서 진입 규제가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규제의 근본적인 방향 측면에서 네거티브 체제 전환 및 일몰제 강화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동시에 유권해석 및 공정한 경쟁의 룰 수립 등 실현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파트너는 “세계 수준의 데이터 관련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기반 사업 현황은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IT클라우드 등 유통 데이터 관리가 미비하고 빅데이터 활용이 쉽지 않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수도 미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 데이터 다변화를 위한 비식별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서는 민간 기업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기업벤처캐피탈 도입, 창업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 혁신산업 분야 대학 정원 탄력적 운영, 외국인 개발자 유인책 확대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언했다.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 안창국 자본시장연구원 국장,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 이태희 벅시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코리아!’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 안창국 자본시장연구원 국장,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 이태희 벅시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 스타트업 “애매한 규제 개선하고 기업의 근간인 수익성도 초점맞춘 해법 나와야”

수제맥주 정기배송 스타트업 ‘벨루가’는 창업 당시 ‘주류는 단독 배송할 수 없다’라는 현행법에 맞춰 서비스를 한 차례 수정했다. 현행 법은 ‘조리한 음식’을 파는 식당 등에서 음식과 함께 주류를 부가적으로 팔 수 있다고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벨루가는 감자튀김 등 간편 조리 음식과 함께 맥주를 배송했지만 이마저도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고, 국세청은 사업이 불법이라고 결정했다. 벨루가는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는 “주류법률자문을 굉장히 여러번 받았고 여러 규제기관과 만나며 현행 규제 가이드라인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국세청은 대답을 미루다가 결국 벨루가는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공동창업자는 “유관기관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모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리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업을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의미가 없다”며 “최소한 어디까지는 되고 되지 않는지 가이드라인을 세워달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들은 생태계에 아직도 남아있는 애매한 규제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 완화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플랫폼 사업, 헬스케어 등에서는 애매한 규제 때문에 사업이 좌절되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정부와 국회가 상생안을 만들었음에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모빌리티다.

이태희 벅시 대표는 “모빌리티는 모든 규제가 모두 모인 사업이라고 한다. 4년 전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15~16인승 승차공유 벅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시작했던 규제를 모두 체감했던 당사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 모빌리티 갈등을 끝내기 위해 나온 택시플랫폼 상생안은 택시로 혁신을 일으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택시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가 너무 힘들다. 택시는 미터기 운반 요금제고 그것을 정산하는 형태인데 수익성 있는 모델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며 “실무협의회에서 모빌리티 업계가 수익성 있는 모델을 함께 만들자는 건의는 택시업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모빌리티 산업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우버나 디디추싱 같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받아서 투자금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고 투자회수(EXIT)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빌리티는 수익성이 상관없는 모델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택시에서도 스타트업은 투자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않냐고 하더라”라며 “그러나 우리는 투자가 아니라 수익성있는 모델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택시나 플랫폼 사업자나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며 “앞으로 (모빌리티는)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일어날 것 같은데. 정부나 국회가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력 모델을 만들더라도 기업의 기본적인 유지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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