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後 2년째 자동차강판 동결···원가 상승에 이익률 곤두박질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전문가들 “3Q 전망도 부정적, 가격 인상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제철을 방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익률이 하락하고 대내외적 악재 등으로 향후 전망까지 부정적인 상황에서, 2년째 동결 중인 자동차강판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심 계열사(현대차·기아차)를 위해 상장기업인 현대제철에 고충을 전가하는 행태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 5조57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의 분기 매출이었다. 그럼에도 웃을 수 없었다. 이익률이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은 232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누계 실적도 33.5% 하락했다. 순이익 역시 마찬가지였다.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7%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3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은 “실적 개선 가능성을 점치기엔 반등의 요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현대제철 측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며 단기적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은 나타내지 못했다.

외부 상황도 부정적이다. 2017년 미국이 중국 등 해외 철강 제품에 강도 높은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는 상황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철강 제품들이 다른 국가로 판로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유럽·인도·동남아 등에서도 순차적으로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는 추세”라 설명했다.

최근 인도는 한국산 알루미늄·아연코팅 등의 제품에 대해 최고 30%의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한국 철강업계의 현지 투자를 바라 온 인도 정부가 규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까지 점치는 분위기다. 현대제철이 납품하는 품목들은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최근 인도 수출을 늘리는 추세여서 규제가 확대될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이 같은 영업환경 악화 탓에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팀장은 “자동차강판 가격이 동결된 2017년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올 초 브라질 발레 댐 붕괴 사고로 수출량이 급감하고, 4월 호주 필바라 지역의 철광석 대형 항구에 사이클론 피해가 발생하며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팀장은 “최근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동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현대차·기아차의 자동차강판 가격 동결 정책은 판로를 다변화한 포스코보다 현대제철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그룹사의 이익만을 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연 시장논리가 바탕이 된 거래인지에 대해서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같은 그룹이긴 하지만, 엄연히 현대제철 역시 상장기업이므로 지금과 같은 거래는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기아차 모두 실적 개선을 이룬 만큼 한 발짝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장의 지적에도 강판 가격 인상은 더딜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올 초 취임한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이 오랜 기간 현대차에 몸담아 온 만큼 가격 협상에서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격 동결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현대차·기아차 등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핵심 거래처인 만큼, 현대제철이 강도 높은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같은 그룹사라 할지라도 독립된 법인들 간 거래이기 때문에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차 등이 시장 상황에 맞게 개별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일축했다. 강판 가격을 인상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협상이 수시로 이어져 오고 있는 만큼, 설사 의사가 있더라도 이를 공개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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