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주 M15, 이천 M16 공장 투자, 설비투자액 전년比 65%↑···올 상반기 재고자산 66%↑
올 하반기 투자 속도 조정할 듯···내년 설비투자 대규모 감축 전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메모리 업계 재고관리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올 들어 투자 및 생산 전략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7조원 규모로 대폭 키운 설비 투자 규모도 올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투자 속도까지 확대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5조5887억원으로, 전 분기(5조1175억원)보다 약 9.2% 증가했다. 1년 전 재고자산(3조3678억원)과 비교하면 65.9%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매출은 올 상반기 13조2249억원으로 전년 동기(19조902억원) 대비 30.7% 급감했다.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2년째 늘었다. 지난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따라 매출은 물론 재고자산 규모도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보다 재고자산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은 40조4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재고자산은 2조6404억원에서 4조4227억원으로 67.5%나 늘었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돌아선 올 상반기엔 매출액(13조2249억원)은 전년 동기(19조902억원) 대비 30.7% 감소한 반면, 재고자산은 65.9%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역시 역풍을 맞았지만 재고자산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소폭 낮게 집계됐다. 올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자산은 14조5231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5028억원) 보다 52.8% 증가했으나, 직전 분기(14조5796억원) 대비로는 0.4%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30조5601억원으로 전년 동기(42조7754억원) 대비 28.6% 감소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업계 전망보다 빠르게 시황이 악화한 탓에 사업 부침이 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2년간 설비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액은 17조380억원으로 전년(10조3360억원) 대비 64.8% 증가했다. 청주, 이천 신규 팹 건설 및 장비 투자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 4분기엔 직전 분기(3조6950억원) 보다 42% 증가한 5조원대 설비투자액이 집행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역시 평택 및 화성 EUV 라인 양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했으나, 전년 보다 설비투자 규모를 줄인 점과 대비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23조7196억원으로, 전체 규모가 전년 동기(27조3456억원) 대비 13.3% 감소했다.

올 들어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원가 효율화 노력은 물론, 공급 조절과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원가 효율화 노력에 따라 올 2분기 이 회사 재고자산은 약 4000억원 가량 늘었지만 이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은 직전 분기 대비 141억82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함께 올 연말까지 2x나노 D램을 생산하던 M10을 하반기부터 이미지센서(CIS) 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수요가 줄고 있는 2D 낸드의 경우 당초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10% 줄이려던 것을 15%로 늘려 잡았다. 청주 M15 클린룸 추가와 이천 M16 장비 반입 시기도 재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 회사는 올해 장비 투자를 40%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는 올 하반기 이어 내년까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한다. 재고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쌓여있는 상태인데다가 아직까지 수요 회복이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올 하반기 설비투자가 지연돼 당초 12~13조원 수준의 설비투자 계획에서 1~2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투자는 재고 감소와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설비투자는 7~8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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