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불매운동, 자발의 가치
  • 박지호 기자(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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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품 불매운동 나날이 열기 뜨거워져···강요 아닌 자발적인 참여만이 불매운동 가치 더욱 높여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조금씩 불이 붙기 시작한 지난 7월, 기자는 과거에도 있었던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역사를 떠올리며 이전엔 어땠을까를 들여다보았다. 복수 언론이 '일제 불매운동'을 보도한 기간의 유니클로 매출을 살펴보는 방식이었다. 결론은 씁쓸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로 국내서 불매운동이 일었던 2005년, 2008년, 2011년 모두 유니클로의 매출은 빠르게 상승했다.▶관련기사:日 브랜드 불매운동에도 매출 오르는 ‘유니클로’의 역설 

대다수 언론이 '역대급 불매 열기'라 불렸던 2013년에도 양상은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불매운동을 믿지 않았다. 기자는 자신의 근력 부족을 빗댄 냄비근성을 두고 한국인의 DNA를 타고난 덕이라며 떠들고 다니기를 즐겼고, 실제로 우유·치킨·라면·가구 등 과거 소비재 업체를 대상으로 번졌던 불매운동의 열기가 기업의 유리창 하나 박살내지 못하고 싱겁게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그 편견을 굳혔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이지 모든 건 냄비 속에서 끓고 있구나. 

그런데 2019년 불매운동은 이전과 조금 다른 듯하다. 벌써 두 달 째로 접어드는 불매운동의 투지가 되레 시간을 먹이로 점차 덩치를 불리고 있어서다. 광복절을 계기로 열기가 재확산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언론사 보도와 유튜버들의 실증(?)에 따르면 유니클로 매장에는 직원들밖에 없고, 매출도 이미 꽤 하락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후 국내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이 이전보다 70%나 하락했다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실제 자발적으로 이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다. 휴가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일본 다녀오려다 6시간 떨어진 동남아를 가게 됐다"는 지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칭 유니클로 광이었던 10년지기 친구는 "유니클로에 쓸 돈이 위장으로 흘러가서 살이나 쪘지만 어쨌든 (유니클로 옷을) 살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류에의 영합을 즐기며 애국과는 거리가 먼 한 대학 선배는 힙이 곧 시티팝인 현 시대에 "일본 시티팝 듣기가 어쩐지 찔린다"는 소리를 해서 주변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형태야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현재 국가가 처한 상황을 공감하고 자각해 스스로 불매운동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깨달은 자의 빛나는 눈빛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 조금 다른 결이 목격되곤 한다. 불매운동을 독려함과 강요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가 그렇다.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가지않습니다 #사지않습니다 #독립운동은못했어도불매운동은한다 등을 알리는 것은 독려다.

그러나 일본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을 매국노, 친일파에 빗대는 것은 폭언이자 강요이다. 유파라치가 유니클로에 들어가는 시민들의 사진을 몰래 찍거나, 서울 대로변에 NO JAPAN 배너기가 걸렸던 등의 사례가 모두 이에 해당할 것이다. 거국적으로 통일된 감정이 결코 낭만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 전체주의의 몰락을 보며 배운 바 있다.

박지호 기자
산업부
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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