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베트남 이어 4번째 수출대상국···“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우려도
4대금융그룹 일제히 홍콩 진출 ···구체적 대응방안 없어

지난 18일 열린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열린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대시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은 한국의 주요수출국 중 하나일뿐만 아니라 아시아 금융시장의 허브 성격도 가지고 있어 홍콩경제가 흔들릴 경우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역시 홍콩시위 진행 상황과 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주요 사업이 리테일 영업이 아니고, 아직까지 특이동향은 없어 구체적인 대응에는 나서지 않았다.

◇11주째 이어지는 홍콩시위…한국 경제 新뇌관 우려

지난 18일 170만명의 홍콩시민들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 송환법을 막기 위한 시위에 나섰다. 첫 시위가 시행된 이후 11주가 지났지만 그 열기는 식지 않았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폐기와 구속된 시위대 석방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도 시위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회는 경찰과 시위대 양측의 무력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폭력시위가 재발할 경우 중국이 무력 진압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았다.

홍콩시위가 장기화되자 국내 시장의 불안감도 점차 커졌다. 한때 대중국 수출 우회로였던 홍콩은 지금도 중국, 미국, 베트남 등에 이어 4번째로 큰 수출대상국에 해당한다. 때문에 홍콩경제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 16일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주무부서장이 참여하는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홍콩시위 리스크를 살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홍콩의 시위 격화로 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으며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위기가 촉발될 경우 아시아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위험도 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사태가 악화되면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어 실물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 금융회사의 대 홍콩 익스포져가 크지 않고 홍콩 주가지수 연계 파생결합증권(ELS)의 손실 가능성도 아직은 희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말과 2017년 8월 열린 신한금융 ‘홍콩 GIB출범식’(사진 위쪽)과 ‘KB국민은행-KB증권 홍콩 Co-location기념식’의 모습/사진=각 사
지난해말과 2017년 8월 열린 신한금융 ‘홍콩 GIB출범식’(사진 위쪽)과 ‘KB국민은행-KB증권 홍콩 Co-location기념식’의 모습/사진=각 사

◇금융그룹, 은행-증권 통합 등 아시아금융 허브 구축 중…“리스크 관리 철저”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 역시 홍콩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그룹 등은 글로벌 시장 확대 흐름에 맞춰 홍콩 진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은 지난해말 홍콩을 그룹의 ‘아시아 IB(투자은행)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홍콩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를 출범한 바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홍콩 내 IB 비즈니스를 통합하고 기존 홍콩현지법인(신한아주유한공사)을 청산, 홍콩지점의 IB센터로 이관했다. 현재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자산운용의 지점을 각각 1개씩 통합 사무공간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KB금융도 지난 2017년 아시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KB증권 홍콩 현지법인과 KB국민은행 홍콩지점의 사무공간을 ‘홍콩 센트럴플라자’로 통합했다. 그룹 차원에서 아시아권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1967년 1월 개점한 KEB하나은행 홍콩지점이 아시아 영업 거점 점포로서 대출과 IB, 송금, 수출입, 글로벌PB등 다양한 업무를 영위 중이다. 홍콩 IB법인인 홍콩글로벌재무유한공사(KHGF)도 2009년 설립돼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금융업무 자문 ▲금융주선 ▲증권업 관련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홍콩에 우리은행 지점 1개와 홍콩우리투자은행 1개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시위가 지금 당장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주요 사업이 리테일 영업이 아니다 보니 홍콩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당연히 사태를 예의주시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특별한 리스크 관리 시행 방안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 역시 “내부 검토 결과 홍콩 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에 대한 상환 압박은 현재로써 없다”며 “IB시장 역시 현재 진행중인 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쿠데타 등 정치적인 요인으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세계 금융위기까지도 우려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월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대 홍콩 익스포져는 61억1000만달러로 금융회사 전체 대외 익스포져(2775억3000만달러)의 2.2%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만 각 금융그룹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기존에 가동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보다 철저히 유지할 방침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은행의 외화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대비해 시장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유동성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금융기관 예금 편중도 등 내외부 지표에 대한 임계치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체계를 상시 운영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표 임계치 초과 수준에 따라 ‘경계-주의-심각-위기’ 4단계로 분류하고 단계별 비상대책실무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개최 등 대응방안을 사전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 관계자 역시 “언론이나 SNS, 영사관 공지사항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한국계, 외국계 금융기관과 지속적으로 정보교류를 하면서 특이사항을 점검하고 있다”며 “직원들 시위예정지역 방문도 최소화하고 있으며 부득이하게 방문할 경우 신변안전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