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북미 실무협상 이어질 가능성 커져
北, 美에 친서 보내면서도 ‘통미봉남’ 카드 꺼내 남북관계 냉각기

최근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로 한반도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종료를 앞두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로 한반도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종료를 앞두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북한이 잇달아 쏘아올린 발사체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종료를 앞두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친서를 보내 북미 양국이 대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는 임박했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남북은 갈수록 관계가 꼬여가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현 시점을 ‘중대한 고비’라고 규정하면서도 기존 중재 역할 대신 북미 양측에 대화를 촉구하며 절제된 수준으로 협상 재개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이 최근 ‘통미봉남’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北美, ‘친서’ 통해 실무협상 의사 재확인···이르면 이달 초 재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 글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친서의 많은 부분은 말도 안 되고 값 비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평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가 있었고, 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 30일 북미는 판문점에서 만나 2~3주 이내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다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잇달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긴장 국면을 조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에 따르면, 북미 실무협상은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 미국의 연합지휘소훈련은 20일 종료된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미국 측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도 북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미 북미는 실무협상 재개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는 상황에도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트위터 글을 통해 친서에 대해 언급하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 아니다”며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북한 조선통신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김수길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먀오화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과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북한을 방문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16일까지 평양에 머무르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러시아 담당인 임천일 부상, 리태성 부상을 만났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러시아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평양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전략 등 의견을 교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북한의 대중·대러 밀착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할 때 이뤄지곤 했다. 따라서 북한이 대화 시점으로 제시한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북미 실무협상을 위한 물밑 교섭이 각종 채널을 통해 본격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지난 16일 또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발사 현장으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솟구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6일 또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발사 현장으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솟구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경색 속 북미 대화 재개 위해 비건 대표 방한

북미 실무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미국의 북핵정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날인 20일 방한한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 도착해 우리 측 카운터파트와 회동하며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도 지난 16일(현지 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비건 대표가 19~20일 일본을 방문하고, 20일부터 한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두고 ‘더 나아간, 강화된 조율(further strengthen coordination)’을 위해 한일 당국자들과 만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자임했던 ‘중재자' '촉진자’ 역할보다는 북미 대화를 촉구하면서 절제된 수준으로 협상 재개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회담 결렬의 책임이 남한의 중재에 있다고 판단하며 비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단 북미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며 대화 재개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지난 6월말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남·북·미 모두 북미 간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비건 대표가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 그는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을 갖기 하루 전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등과 판문점에서 만나 사전조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실무 접촉은 8월 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비건 대표가 방한할 때마다 거의 대부분 북한과 접촉을 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판문점에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미 대화에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최 평론가는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에 속도가 나길 원하면서 우리 측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하자 북한이 최근 통미봉남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북한이 북미대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한미 훈련을 고강도 훈련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8월이 국면 전환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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