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망, 전력발전 산업 ‘원·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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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 발표···“원·하청 구조로 소유와 운영 분리돼 책임 회피 구조화”
‘고 김용균 사망’ 사고 11개월 전 설비 개선 요청 무시···운전 및 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등 22개 권고안 발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상조사 결과와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상조사 결과와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24)의 사망은 전력 발전 산업의 원·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조사됐다. 원·하청 구조로 원청인 발전사와 하청업체 간 소유와 운영이 분리되면서 책임 회피 구조가 만들어졌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1개월 전인 작년 1월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이 요청한 태안발전소의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 요청을 무시했다. 설비 개선 요청이 무시된 그 업무에서 김씨가 사망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김씨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이 전력 산업의 원·하청 구조라고 밝혔다. 즉 외주화로 인해 설비의 소유와 운영이 발전사와 하청업체로 분리됐다. 설비 개선에 대해 발전사는 책임이 없다고 무시해왔고 하청업체는 권한이 없다고 회피해왔다. 결국 설비 개선이 무시돼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했다.

실제로 김씨의 사망사고도 하청 노동자들의 설비 개선 요청이 이뤄졌으면 막을 수 있었다. 태안발전소에 대한 종합안전보건진단에 따르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은 김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1개월 전인 2018년 1월 한국서부발전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낙탄을 사람이 직접 치우지 않고 고압의 물로 쏴서 처리하도록 시설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평소 작업에서 지휘와 감독을 하면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청 노동자가 아니라며 이를 무시했고, 하청업체는 컨베이어벨트가 자신의 설비가 아니라며 권한이 없다고 개선 요청을 회피했다. 

김지형 특조위 위원장은 “이처럼 외주화로 인해 위험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구조화됐다”며 “그 근원은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에 따른 민영화와 외주화 정책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원·하청 구조에 따른 위험은 컨베이어 설비 외에도 있었다. 특조위가 지난 6월 측정한 바에 따르면 발전소 회 찌꺼기 처리작업 중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 농도는 0.408㎎/㎥로 노동부 기준(0.05㎎/㎥)의 8배 이상이었다.

옥내 저탄장에서는 자연발화로 인해 발암물질인 벤젠과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발생했다.

이러한 전력 발전산업의 산업재해는 협력사 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특조위에 따르면 10년간 재해 사고 428건 가운데 협력사에서 95%, 발전사에서 5%가 발생했다.

권영국 특조위 간사는 “원하청 구조에서 위험은 아래로 내려간다”며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위험이 전가되고 원하청 간 의사소통이 끊기는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하청인 협력사들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무비 착복과 이중착복을 통해 이윤을 챙겼다. 그만큼 하청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더뎠다.

특조위에 따르면 일진파워, 금화PSC, HPS, 한산 등 협력사들은 공사를 통해 노무비를 정산금액 대비 40~50% 착복했다. 또 협력사들은 인건비를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 2건으로 받으면서 하청노동자 1명 만 투입하는 등 1인 2역을 시켜 노무비를 이중착복하기도 했다.

◇ 운전 및 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22개안 권고

특조위는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운전 및 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22개 권고안도 발표했다. 특히 특조위는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이행점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특조위는 권고안을 구조·고용·인권 분야, 안전기술 분야, 법·제도 개선 분야로 나눠 발표했다.

우선 구조·고용·인권 분야에서 ▲노동안전을 위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노무비 착복 금지와 입찰제도 개선 ▲노동안전을 위한 필요인력 충원 ▲안전보건 관련 집단적 노사관계 개선 ▲노동자 안전에 관한 실질적 권리 강화 ▲산업재해 징벌적 감점 지표 개선 ▲노동안전과 국민 편익 향상을 위한 민영화와 외주화 철회 ▲노동자 안전 강화와 국민 편익 향상을 위한 전력산업 재편이다.

안전, 보건, 기술 분야에선 ▲사업주의 분명한 책임을 부여하는 안전관리체계 구축 ▲발전소 산업보건의 위촉과 의료체계 확립 ▲안전보건 조직 체계 강화와 운영 방법 개선 ▲석탄화력발전소 중앙 안전보건센터 설립 ▲노동자 안전보권 활동 참여권 보장 ▲석탄 취급 관련 설비 운영 및 관리방법 개선 ▲발암물질 등 고독성 유해화학물질 관리 방안 개선 ▲사고조사 및 위험성 평가방법 개선 ▲안전문화 증진 시스템 구축 등을 권고 했다.

법·제도 개선 분야에서는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및 실효성 확보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마련 ▲기업의 사회책임 경영강화 등을 권고 사안에 담았다.

권영국 간사는 “특조위의 진상조사 결과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전력 발전 분야에 대한 권고안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국무총리실과 정부 부처들은 이행점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여전히 발전소 현장에서는 김씨 사망사고 이후에도 산재 사고 11건이 있었다. 산재은폐도 6건 있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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