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견사 구분 없이 대형 재해 잇달아 발생
포스코건설, 특별근로감독 결과 과태료 1900만원···'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대기업 안전보건 역량 충분···기초 단계부터 원청업체 책임 강화해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건설 현장에 대해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망사고가 끊이지않고 있다. 특히 대형·중견사 구분 없이 대형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건설사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안전 관련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 건설사들의 책임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견 건설사인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은 ‘속초 서희스타힐스더베이’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15층 높이에서 작업용 승강기가 추락했다. 승강기에 타고 있던 근로자 4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근로자들은 승강기를 타고 한 층씩 내려오며 승강기를 지탱하는 구조물을 해체하던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정해진 해체 순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시공사인 서희건설이 안전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8월에도 거제 소동 서희스타힐스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트럭에서 짐을 내리던 중 자재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로 구설에 올랐다. 당시 현장에는 신호수·안전관리자 등 필수 요원들이 없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서희건설은 ‘안전불감증’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건설 현장에서 6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사망자 수(3명)보다 2배 많고,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공사 현장에서 4명이 사망해 지난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점검을 받았다. 당시 고용부는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는 전국 건설 현장 51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해 131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태료 6558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경기도 광명 철산의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또다시 사망하면서 대우건설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우건설에 이어 올해 사망사고를 많이 낸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지난달 31일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펌프장’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약 40m 지하에 있는 저류 배수시설을 점검하러 내려갔다가 갑자기 유입된 빗물에 휩쓸려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는 급작스러운 폭우나 사고에 대한 방비책이 없었고, 시공사와 발주자 사이의 소통 부재도 드러났다. 앞서 올 1월에는 김포시 고촌읍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 1명이 10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GS건설이 시공한 경북 안동 ‘경북 북부권 환경에너지종합타운’ 건설 현장에서는 지난 3월 지상 약 20m 높이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지탱하던 철물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추락을 막아줄 방지망이 없었고, 근로자들은 안전을 위한 와이어를 연결하지 않은 채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GS건설 관계자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그밖에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 ‘고담주차장 관리동’ 건설 현장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착용 중이던 안전벨트가 파손되면서 추락해 사망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중견사 구분 없이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주요 이유가 안전관리에 대한 사항이 적발돼도 처벌이 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명의 산재 사망자를 낸 포스코건설은 고용부의 최근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지만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다. 고용부는 지난 3월과 4월 전국 8곳의 포스코건설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였다. 그 결과는 사법 조치 1곳, 과태료 7곳, 시정 조치 6곳 등이었다. 과태료를 받은 7곳의 경우 금액은 모두 합쳐 1900여 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전보건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은 안전 조치를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교육과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작업자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이 대부분”이라며 “더 이상 수백만원의 과태료로 끝나서는 안 되며,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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