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서울 택시회사들 인수···스타트업 업계 “대기업·글로벌 기업 독점 시장될까 걱정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정부 상생안에 따라 택시를 품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체를 두 번째로 인수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택시회사들을 인수하고 법인을 설립하면서 모빌리티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들은 자칫 국내 모빌리티시장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력 싸움이 되지 않을까 우려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서울 택시회사 중일산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일산업은 택시면허 80여개를 보유한 중형 택시회사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면허 90여개를 보유한 진화택시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택시회사 운영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 '티제이파트너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티제이파트너스는 택시회사 인수가 완료되면 모빌리티사업을 본격적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라이언 택시’라고 불리는 대형 택시도 올해 안에 선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모빌리티사업에 뛰어든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도 택시업계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 우버는 2013년 국내 진출이 좌절된 이후 모빌리티사업을 접었다. 우버는 최근 택시와 함께하는 모빌리티사업을 시작하며 국내 사업 재진출을 알렸다. 우버는 지난 4월 택시 호출 서비스 ‘우버택시’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택시와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지난 7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 방안'이 있다. 상생안에 따르면 플랫폼 택시는 플랫폼 운송사업, 가맹 택시사업, 중개 플랫폼 세 가지로 나뉜다. 중개 플랫폼은 택시 호출 서비스로 기존 T택시호출, 카카오택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플랫폼 운송사업은 일반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로, 감차되는 택시만큼 운행 차량이 허용된다. 하지만 플랫폼 운송사업자 허가를 받으려면 그만큼 기여금을 내야 한다. 가맹형 택시는 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해 모빌리티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차종·외관·요금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국토부는 상생안에서 가맹형 택시면허 대수 기준은 4000대에서 1000대로 줄였다.

이에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들은 택시회사들을 인수해 운영하는 가맹형 택시사업을 택하고 있다. 면허를 1000대 이상 확보하면 기업들이 모빌리티사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여금을 내는 플랫폼 운송사업 형태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다.

이를 두고 스타트업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모빌리티산업이 택시를 인수하는 형태로 가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게 뻔하다는 얘기다. 또 승차공유 등 모빌리티산업이 기존 택시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버 등 시장점유울과 자금력이 앞선 글로벌 기업들이 택시법인을 인수하기 시작하면 국내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자본력과 기업 규모 싸움으로 모빌리티 장이 변질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우버가 승차공유 시장을 독점해 드라이버 노동 문제 등을 낳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지만 현 국토부 상생안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타협안이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