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국내 12개 건설사와 담합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형사처분은 피했지만 과징금은 부과 돼

삼성물산 CI. / 그래픽=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물산 CI. / 그래픽=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국책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과정에서 3조5000억원대 짬짜미(입찰 담합)에 가담한 삼성물산에게 73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삼성물산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 상고심을 지난달 25일 원고 패소로 확정했다.

앞서 삼성물산과 한양, 포스코건설, 지에스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대우건설, 동아건설산업, 두산중공업, 삼부토건 등 국내 13개 회사는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3차례에 걸쳐 낙찰예정사와 투찰금액 등을 합의한 뒤 입찰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총 3조5495억원 상당의 공사를 불법 수주한 사실이 적발됐다.

검찰은 이 중 한양, 지에스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대우건설, 동아건설산업, 삼부토건 등 10개 회사를 지난 2017년 8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포스코건설과 두산중공업은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고발 면제 조치되고, 이 사건 원고인 삼성물산의 경우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법인이 소멸되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형사처분과는 별개로 공정위는 삼성물산에게 지난 2016년 6월 20일 물량배분행위 및 입찰담합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32억원의 납부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삼성물산이 공동수급체의 대표사로서 낙찰받은 공사(평택 #15~17 탱크)의 관련매출액 2700억여원, 삼성물산이 지분율 49%의 구성사업자(서브사)로 낙찰 받은 공사(평택 #22·23) 관련매출액 2660억여원, 원고가 지분율 20%의 구성사업자로서 낙찰받은 공사(삼척 #5~7)의 관련매출액 4940억여원, 원고가 입찰참여자로 참여한 공사 7개(통영 #11·12, 통영 13·14, 평택 #20·21, 통영 15·16, 통영 #17, 삼척 #1~4, 삼철 #8·9)의 관련매출액 1조6320억여원 등을 고려해 과징금액을 정했다.

공정위는 부과기준율과 관련해 위반행위 내용 및 파급효과, 입찰참가자격 요건이 엄격해 PQ심사 통과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었던 점과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로 인한 가격경쟁 저해 요소가 다소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라며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최초 현장조사일인 2014년 5월 기준 과거 3년간 법 위반에 따른 조치횟수가 5회에 달해(벌점 14점) 추가로 20% 가중치가 적용 돼 과징금이 정해졌다.

반면 국내 공공 공사 발주규모의 감소, 중동지역 수주규모의 급감, 건설경기 위축 등 삼성물산에 유리한 요소도 고려돼 일부 과징금액이 감경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러한 과징금 산정 결과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17년 7월 삼성물산의 청구를 기각했다. 삼성물산 측의 처분시효 도과 주장, 과징금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 등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관련법에 근거해 과징금을 산정했고 이 사건 공동행위로 취득한 이익 규모를 충분히 반영했다”며 “과징금을 통해 경제 질서를 유지하고 입찰 담합행위를 억제하고자 하는 규제목적을 고려할 때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과징금 부과의 원인이 된 위반사실의 내용과 성질, 과징금 부과로 달성하려는 행정목적, 과징금 양정 기준 등 여러 요소에 비춰 이 사건 납부명령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한 잘못 등이 없다”며 이를 확정했다.

한편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사건은 2심제로 다뤄진다.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재판의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55조는 ‘불복의 소는 공정위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고법을 전속관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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