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모두 비정규직 비중 증가
우리은행, 비정규직 2배 가까이 늘어

4대 시중은행 정규직·비정규직 추이 비교/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정규직·비정규직 추이 비교/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비대면 거래 확대, 영업점 통폐합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의 정규직 약 700명이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900명 넘게 늘어나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정부의 고용 창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비정규직 확대로 양만 늘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정규직 직원 수는 5만6030명으로 전년 동기(5만6714명)보다 684명이 감소했다. 정규직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하나은행으로 420명이 감소했다. 국민은행 역시 정규직 직원 수가 2018년 1만6716명에서 올 상반기 1만6459명으로 257명 줄었으며, 우리은행도 49명 감소했다. 4개 은행 중 신한은행에서만 유일하게 정규직이 42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직원은 700명 가까이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1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비정규직 직원 수는 전년 대비 926명 증가했다.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직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지난해 4.0%에서 올해 7.2%로 비중이 올라갔다. 상승폭 역시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직원 수는 2018년 상반기 583명에서 올해 108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은행 외에도 모든 시중은행의 비정규직 직원 수가 100명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 171명, 하나은행 131명, 국민은행 121명 순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났으며.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은행(7.2%), 신한은행(7.1%), 국민은행(5.9%), 하나은행(5.1%) 순이었다.

은행권 내 비정규직 비율이 이처럼 상승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꾸준한 일자리 창출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노동연구원 합동으로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해 오는 8월 은행권 전반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부문별 우수 사례를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전국 14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해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하반기 채용 시즌을 앞둔 시중은행의 입장에선 당국의 측정 결과 공개가 채용 확대 압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은 비대면 거래 확대, 모바일뱅킹 활성화 등으로 영업점포를 줄이는 추세라 채용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은행들이 임시방편으로나마 비정규직으로 채용 규모를 확대해 정량평가를 맞추고자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영업점포 역시 줄어드는 추세라 은행 입장에선 직원 수를 늘리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은행권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다보니 은행들은 이에 맞춰 채용 부담이 적은 비정규직을 대폭 늘리고 대신 정규직을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채용 확대 압박이 오히려 금융권 내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창구 확대 및 업무 자동화에 따라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인력을 줄여가는 추세다”라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혁신금융’을 독려하면서 동시에 일자리 창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혁신금융과 반대되는 행보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이 오히려 은행권의 고용의 질을 떨어트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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