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예산 낭비’ 지적에도···자격 완화해 청년수당 지급하는 정부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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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달부터 소득·나이 등 요건만 갖추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공
월 50만원, 최대 300만원 지원금···편법으로 신청하는 대학생들↑
고용부 “구직활동 돕기 위한 제도···세세한 통제는 취지와 어긋나”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올해 3월 도입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이른바 청년수당이 구직활동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올해 3월 도입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이른바 청년수당이 구직활동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올 3월 도입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이른바 청년수당이 구직활동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되고 있다. 청년 미취업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300만원을 지급해 취업준비생들이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부 취지였지만, 모호한 취업활동 범위로 수천억원의 국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비 명목으로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이다. 청년의 구직활동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숙박·항공·주점 등 일부 업종에선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일시불로 30만원이상 지출한 건은 구직활동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지원금 오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구직활동 관련 없어도 지원금 지급받아 논란

청년수당은 취업준비생들을 돕기 위한 제도인 만큼, 주 30시간 일하거나 3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받을 수 없다. 대학 재학생이나 휴학생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일부 대학생은 재학 사실을 숨기고 고교 졸업장을 제출해 신청하고 있다. 정부는 신청자의 제출 서류만 확인하고 심사하기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선 현금화해서 사용하고 사유서를 제출하는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23)는 “친구 중에 토익 인터넷강의를 듣기 위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으로 태블릿PC를 구매한 경우가 있다”며 “취업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도 승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홍아무개씨(22)는 “고용부가 서류만 확인해서 대학생들 사이에선 찔러보기 식으로 신청하곤 한다”며 “50만원이면 알바 임금보다 낫기 때문에 다들 고등학교 졸업장을 제출해 지원금을 받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구직활동과 관련 없는 고액 지출이 확인되면 지원만 중단될 뿐 지원금은 환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부정수급이 늘어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부 청년은 청년수당으로 필라테스를 배우고, 치아 교정을 했다. 또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는 이유로 게임기를 사거나 허리 통증 예방 차원에서 47만원짜리 의자를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고용부는 이들에게 ‘부실’ 경고 조치를 내렸을 뿐 이들이 사용한 지원금은 환수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1차는 경고, 2차는 다음달 수당 불지급, 3차는 지원 중단을 하는 규정은 있다”며 “다만 잘못 사용된 돈을 환수하는 것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자체가 구직활동을 최대한 돕는 것이기 때문에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이 구직활동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 구직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면 다양한 구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편법에도 지급 조건 완화한 정부

정부가 청년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개인 특성에 따라 취업활동과 비취업활동의 경계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 취업 연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4.8%에 불과한데, 정부는 이달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에 대한 기준을 완화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8일 발간한 ‘고용조사브리프 2019년 여름호’에 따르면, 대학 졸업 이전에 설정한 취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가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최종 졸업학교의 취업 지원이 부족해서’라는 비율도 0.9%로 낮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6일 이달부터 소득·나이 등 요건만 갖추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청년구직활동지원금 기준을 완화했다. 그동안은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정한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신청자 위주로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만 18~34세, 기준 중위 소득 120% 이하인 미취업 청년은 누구나 신청만 하면 3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용부가 계획하고 있는 올해 연간 구직지원금 지급 대상인 8만명을 채우기 위해선 아직 4만명의 청년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하반기 공채가 본격 시작하고 졸업생의 구직활동도 활발해지는 것을 고려해 조건을 완화했다고 전했다.

박종필 고용부 청년고용정책관은 “많은 청년이 구직지원금 제도 도입 이후 비용 부담으로 하지 못했던 구직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하반기에도 신청을 계속 받고 있으니 이 제도를 활용해 취업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수당은) 기본적으로 구직활동을 돕기 위한 제도로 구직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면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며 “청년수당 사용 건을 모두 취업 관련성과 목적 등에 맞는지 관리하기엔 행정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원금을 주더라도 실질적으로 구직활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돈을 쓴 만큼의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취업 관련 교육 및 훈련에 돈이 쓰일 수 있도록 정책 설계를 정교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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