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관여···‘홍콩’ 무역전쟁 새 키워드로 떠올라
中, 미국 정상 간 만남 제안에도 사실상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29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회의서 만났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29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회의서 만났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홍콩시위’가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가능성을 시사하며 홍콩문제를 무역전쟁 봉합에 지렛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역진압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곧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에서 중국의 무력 진압에 대해 얼마나 걱정되냐’는 질문에 “걱정된다. 무력 진압을 보고 싶지 않다”며 “시 주석이 홍콩 시위대와 만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시진핑 주석과 매우 잘 지낸다. 그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시위대 대표자들과 마주 앉는다면 15분 안에 그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것(무력 진압)은 그(시 주석)가 하는 일이 아니다. 그가 시위 지도부와 마주 앉으면 매우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4일 트위터에 “중국은 (무역) 협상을 타결짓고 싶어 한다.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며 “만약 시진핑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썼다. 이어 “개인적인 만남?(Personal meeting)”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다른 나라 문제에 ‘불관여·불개입’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이번에 직접적으로 홍콩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의 올바른 대응을 압박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이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두 달 반 연기하면서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3일 중국산 휴대전화, 랩톱(노트북), 비디오게임기, 장난감 등에 대한 관세 적용 시기를 오는 12월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음식, 주방용품, 화학물질, 유아용품, 스포츠용품 등도 연기 품목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관세 부과가 미뤄진 품목들의 지난해 수입 규모는 1560억달러 수준이다.

이번 관세 연기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에 대해 9월1일부터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지 11일 만에 나왔다. 이 계획대로라면 미국은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 중단 결정은 양국 고위급 인사 간 전화 통화 이후 공개됐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허 부총리는 지난 13일 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통화했다. 이들은 2주 안에 또 통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고위급인사 간의 전화통화로 협상에 대한 낙관론도 제기되지만, 장기전과 함께 양국 정상의 팽팽한 기싸움이 미중 무역갈등을 해결하는 주요한 진전인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은 사실상 미국 측의 만남도 거절했다. 이에 양국 고위급 협상단이 오는 9일 미국서 만나게 돼도 극적인 타결이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써 낮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고,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이 말한 대로 행동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또 무역협상에 대해선 “중국의 입장은 일관하고 명확하다”며 “미국에 중국과 의견을 좁혀 양국 정상이 오사카에서 합의한 공통인식을 실행하는 한편, 대등하고 상호존중의 토대 하에서 대화를 통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미중 갈등의 전면으로 부상한 홍콩시위는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사회안정 보장을 이유로 이번주 일요일에 있을 반정부 시위대의 집회를 금지했지만 시위대는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빅토리아파크에 모여 반(反)중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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