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경영자 및 임원보다 높은 보수 받은 증권맨들 ‘화제’
한편에선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비판 목소리도 나와
“주주 알권리 차원, 성과 분배 투명성 제고 측면에선 긍정적” 반론도

보수 총액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직원 중 상위 5명을 공시하는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이를 두고 여전히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오너 일가나 경영자의 보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와는 달리 고액 보수를 받는 일반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주주 알 권리가 충족된다는 측면에서 현행 공시가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상반기 증권사 임직원 보수가 업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에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난해 반기보고서부터 보수 총액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직원 중에 상위 5명을 공개하고 있는데, 대표이사나 기타 등기임원보다 직원의 보수가 높은 사례가 이번에도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표=시사저널e.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표=시사저널e.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2월 결산법인 반기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메리츠종금증권·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대신증권)에서 상반기 5억원 이상 보수(상위 5명 기준)를 받은 임직원 44명 중 직원은 23명에 달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은 각각 9명, 12명이었다.  

특히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는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제치고 직원이 상반기 보수 총액 1위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보수 총액 5억원 이상을 받은 상위 5명 가운데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은 없었다. 반대로 직원이 이 명단에 없는 경우는 대신증권이 유일했다.

최고경영자나 임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직원들이 부각되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보수 공개가 주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 제도의 취지는 기업의 오너와 특수관계자들이 성과와 무관하게 높은 보수를 받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취지와는 달리 어떤 직원이 보수를 많이 받는지가 가십거리로 전락했다”며 “이는 일반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보수가 업계에 공개되면 해당 직원 입장에서는 주위 시선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부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보수 총액 공개는 오너와 그의 일가, 경영자와 임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개정되기 전 자본시장법에서는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등 회사 경영진에 한정해 개인별 보수가 5억원 이상일 때 그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일부 오너 일가가 당시 법이 시행되기 전 등기임원직을 내려놓고 미등기임원으로 옮겨가는 등 ‘연봉 숨기기’ 편법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 지난 2016년 임직원 모두를 포함해 5억원 이상 보수 총액 상위 5명을 공개키로 한 것이다. 

반대로 현행 보수 공개 규정이 큰 틀에선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자원이 어떻게 성과자에게 분배되는지 공개되는 것은 주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실익이 크다. 회사 입장에서도 내외부적으로 성과 및 보상 체계의 투명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동시에 오너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비정상적 보수 책정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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