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 호랑이와 미니언즈 피규어가 나란히 인사를 건네는 집. 취향대로 꾸몄을 뿐인데 힙한 모던 레트로 인테리어가 완성되고야 말았다!

사진=김덕창
사진=김덕창

 

‘내 집이다’ 하는 기분 좋은 확신

“얘들은 저랑 워낙 오래 살아서, 자기 위치를 알고 있어요.” 두발로 선 피규어, 오래 사용한 인테리어 소품과 식물들까지. 물건이 많은 데다 개성 강한 컬러를 사용했음에도 안정감이 있다. 집주인 전혜정 씨에게 비결을 묻자 유쾌한 답변이 돌아왔 다. 심슨과 토이스토리 굿즈를 모으고 한번 산 물건은 오래도록 아껴 쓰는 이들 가족은 올봄 대전 하기동의 주택단지로 이사했 다. 전혜정 씨는 여섯 살과 초등학교 2학년 형제를 기르는 만큼 주택살이를 실현하기 위해 꽤나 많은 집을 보러 다녔다. 자연과 가까우면서 재미난 디자인의 집을 찾다 반쯤 포기했을 무렵, 지금의 집을 만났다. 주변에 놀이터가 많아 아이들에게도 좋은 입지인 데다 층고가 높고 다이내믹한 구조를 가진 집의 포근한 첫인상에 반해버렸다. 지하와 2층까지 규모 있는 주택을 리모 델링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했을 터. 하지만 어디서 얼마간 살던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혜정 씨에게 인테리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녀가 이 집에 담고 싶었던 콘셉트는 전실과 다이닝 룸이 있는 서양식 구조에 한국식 마루, 컬러 감이 있는 레트로 하우스. 이 모든 요구사항을 흡수하고 가족의 수납 고민까지 해결해낸 이는 썸띵글로우의 김준현 디자이 너다. 전혜정 씨는 좋은 밑바탕을 만들어준 덕에 집 꾸미기가 어렵지 않았다며 디자이너를 칭찬했다.

“이 집에 딱 어울리는 머그잔이 있어요” 하며 전혜정 씨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토이스 토리의 굿즈를 꺼내왔다. 다이닝 룸으로 사용하는 거실은 10년 전 혼수로 장만한 테이블과 서랍장, 언제나 함께하는 피규어 친구들로 꾸몄다. 민화는 친정어머니가 직접 그린 작품.

 

자연스럽게 모이는 일상의 행복

사진=김덕창
1 거실과 주방 중앙에 놓인 계단은 지하와 2층으로 연결된다. 계단은 집 안 전체 톤에 맞는 색으로 칠하고 원목 손잡이로 교체했다.  4 대형 원목 아일랜드와 스틸 소재 상부장은 썸띵글로우에서 제작했다. 조명은 섹토 디자인. /사진=김덕창
2 신발 수납과 채광을 동시에 해결하도록 꾸민 전실. 모서리를 둥글게 디자인해 부드러운 인상이다. /사진=김덕창
3 대형 원목 아일랜드와 스틸 소재 상부장은 썸띵글로우에서 제작했다. 조명은 섹토 디자인. /사진=김덕창

 

구조적인 변화가 많았던 곳은 현관과 거실, 주방이 위치한 1층이다. 현관에 전실을 디자인하고 주방 쪽 베란다에 팬트리를 추가하는 동시에 싱크대를 대면형으로 바꿨다. 전혜정 씨는 오래전부터 널찍한 전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거실의 3분의 1 정도를 전실로 할애해도 좋다는 집주인의 과감한 결정에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펼쳤다. 빛과 조경을 함께 즐기도록 유리로 된 전실을 디자인하고 하단에 신발장을 배치했다. 집에 대한 산뜻한 첫인상을 심어주는 전실은 작은 화분을 기르는 새로운 취미 공간이 되었다. 집주인의 레트로 취향을 고심하던 디자이너는 아일랜드 식탁에 좌식으로 앉는 평상을 제시했다. 가족은 거실 테이블보다 좁더라도 평상 위에 옹기종기 앉아서 식사를 한다. 아이들도 꼭 설거지를 하는 엄마 옆에서 숙제를 하며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곁에 있던 첫째 아이가 “엄마 빗소리 좀 들어봐!”라고 감성적인 멘트를 던졌다. 전혜정 씨는 그 순간 속으로 “그래, 됐다!” 하며 힘들게 이사한 보람을 느꼈다고.

 

1층평면도

 

 

알뜰하게 나눠 쓴 어른들의 공간

1 불규칙하게 배치된 창문이 공간에 리듬감을 더한다. 따뜻한 베이지 컬러가 계단은 물론 창문 밖 풍경과도 온화하게 어울린다. 2 바닥 타일까지 핑크색 테라초 패턴으로 마감한 욕실. 클래식한 가구들과 베어브릭을 믹스 매치했다. 3 안방과 드레스 룸은 슬라이딩 도어를 공유한다. 복도는 노바 원목 마루를 헤링본 시공했다/ 사진=김덕창

 

2층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에 욕실과 부부의 공간이 있다. 짙은 다홍색 욕실은 금남의 구역. 전혜정 씨는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꾸민 욕실에서 책을 읽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미술을 전공한 덕에 색을 자유롭게 쓸 줄 아는 그녀는 집을 꾸미면서 단 한 번도 벽을 흰색으로 둔 적이 없다. 집 전체를 따뜻한 베이지 컬러로 지정하는 등 공간마다 컬러를 직접 결정했다. 욕실을 지나 등장하는 좁은 복도 한쪽 면에는 수납장이, 맞은편에는 부부의 드레스 룸과 침실이 나란히 있다. 수납을 우선시해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의 안방에 가벽을 세워 드레스 룸을 확보했다.

 

4 침대만 딱 들어가는 작은 침실 이지만 층고가 높은 데다 박공지붕의 형태가 드러나 아늑한 느낌을 준다. / 사진=김덕창

 

흥미진진한 복층 놀이터

1 형제가 함께 잠드는 침실. 조명 받침으로 쓰던 협탁을 베어브릭이 차지하고 있다. 2 아빠와 아들 둘이 함께 사용하도록 리모델링한 욕실. 샤워 기기 무려 세 개다. 3 층고가 높아 뻥 뚫린 공간에 해먹을 요청한 건 집주인이다. 평소 여행지나 온라인에서 얻은 집 꾸미기 아이디어와 사진들을 모아두었다가 요긴하게 사용한다. 4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해 복도 대신 양쪽 벽면에 슬라 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복층 다락방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욕실. /사진=김덕창

 

2층 계단의 오른편, 아이들의 공간은 구조가 독특하다. 차례로 등장하는 침실, 욕실, 놀이방이 연결되어 있다. 침실이나 놀이방을 통해서 진입할 수 있는 욕실의 한쪽 벽면엔 샤워기를 여러 개 두었다. 넓은 욕실은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사용한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놀이방의 공중엔 해먹을 설치했다. 해먹은 복층 다락방의 바닥 면과 연결되어 있다. 장난감을 아끼는 둘째는 다락방에 자기 물건을 빼곡히 채운다. 의젓한 첫째는 해먹에 누워 책을 보곤 한다.

 

5 다락방에선 박공지붕 모양을 따라 비스듬히 난 창문을 통해 하늘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사진=김덕창

 

2층 평면도

 

 

우리 가족 하고 싶은 거 다해!

1 한쪽 벽면을 좌석으로 맞춤 제작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스크린과의 거리도 확보했다. 
2 지하층의 욕실을 세탁실로 개조해 세탁기, 건조기, 의류관리기를 들였다. 3 손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1층 욕실에도 피규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김덕창

 

단독주택의 장점으로 넓은 지하 공간을 꼽기도 하지만 현실은 방치되기 일쑤. 집주인은 창고 용도로 사용되던 지하 공간에 가족실을 꾸며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도 할 수있고, 첫째 첼로 연습도 하며, 온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볼 수 있도 록. 김준현 디자이너는 눅눅하고 칙칙하지 않은 아늑한 가족실을 고민했다. “우선 결로가 생기지 않도록 단열 시공을 하고 외부 누수까지 신경 썼어요. 바닥재는 원목처럼 보이지만 나무보다 습기에 강한 포세린 타일이고요. 다른 층과 동일한 베이지 컬러를 적용했지만 천장 일부를 노출 마감해 분위기가 또 달라요.” 넓은 지하 공간은 미디어 룸이자 세탁실, 음악실로 이루어져 쓸모가 많은 공간으로 변신했다. 한창 더운 요즘도 가족은 선선한 지하실의 미디어 룸에 모여 TV를 보기도 한다. 자신의 공간, 아끼는 물건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의리 있는 집주인이 사는 집. 만화 속처럼 재미난 일들이 생겨날 것 같다.

 

4 계단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미디어 룸이고 왼쪽에는 서재와 음악실이 있다.

 

지하평면도

 

리빙센스 2019년 08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김의미 기자  사진 김덕창

디자인·시공 썸띵글로우(010-3431-3920, blog.naver.com/2020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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