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 장단기 금리차도  0.064‬%포인트로 좁혀져
미국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미·유럽·아시아 주요 증시 하락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충격에 미국 증시와 함께 독일,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의 증시가 떨어졌다. 사진은 독일 DAX지수를 바라보는 투자자. / 사진=연합뉴스, AP

미국 국채의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면서 글로벌 증권 시장에는 침체(Recession) 공포가 드리워졌다. 이에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국가 증시가 폭락했다. 한국 증시도 미국 장단기 역전 여파로 흔들리는 모양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79%포인트 떨어진 연 1.152%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088%·전일 대비 0.061%포인트 하락)보다 하락률이 더 커지면서 격차는 0.064‬%포인트로 좁혀졌다. 2008년 8월12일(0.06%포인트) 이후 장단기 금리차가 가장 좁혀진 상황으로 역전 우려가 제기된다.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 움직임은 경기변동을 알려주는 선행 지표로 인식된다. 통상 국채 장기물은 단기물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장단기 금리 차이가 거의 없거나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으로 인식한다.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 자금이 안전자산인 장기채로 쏠리면서 채권값은 오르고, 수익률(금리)은 가파르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시장에 흘러나왔다. 이 여파에 미국 증시 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떨어졌다.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 채권 금리는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4일(현지시간) 역전됐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는 장중 1.619%까지 떨어지며 2년물 미 국채 금리(1.628%) 아래까지 내려갔다. 미 장단기 금리가 2007년 6월 역전된 이후 일년 뒤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 불안감이 증시에 영향을 줬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만5479.42에 장을 마감하며 전날보다 3.05% 떨어졌다. 올해 들어 하루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전날보다 3%가량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79%포인트 떨어진 연 1.152%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088%·전일 대비 0.061%포인트 하락)보다 하락률이 더 커지면서 격차는 0.064‬%포인트로 더 좁혀졌다.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미국 증시가 3% 이상 폭락하자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15일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13% 하락했고 독일 DAX지수는 장중 2% 이상 떨어지다 0.70%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1% 떨어졌고 대만 자취안지수도 0.96% 떨어지며 하락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1.5%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0.25%)하며 마감했다. 한국 증시는 16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여파로 장중 1910선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214.0원에 개장했다. 

업계에선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당장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역전이 장래 경기 자신감 약화와 정책 불신의 방증이란 점에선 당분간 글로벌 증시 악화는 일정수준 불가피하다”며 “다만 공포에 속절없이 함몰될 필요는 없다. 현상의 본질을 살펴 다시 시장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화되는 경우는 실제 경기 침체로 이어졌던 사례가 대부분이고 주가는 대부분 추세 하락했다. 반면 금리 역전이 비교적 단기간에 그친 사례는 단기 조정 후 대부분 주가 복원했다”며 “금융시장 충격이 본격화되는지 여부는 장단기 금리역전이라는 이벤트보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는지 여부에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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