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패소 판결한 원심 뒤집고 승소 취지 파기환송
“레드불 CI, 외국서 서비스표로 인식, 형태도 독특”
“불스원, 레드불 CI와 유사···자사 과거 표장과도 달라”

상표권 분쟁 대상이 된 레드불(좌)과 불스원(우)의 CI.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상표권 분쟁 대상이 된 레드불(좌)과 불스원(우)의 CI.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자동차용품 기업 ‘불스원’이 도약하는 붉은 소의 이미지를 CI(Corporate Identity)로 사용한 것은 글로벌 에너지드링크 제조사 ‘레드불’의 CI를 부정하게 모방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레드 불 아게(Red Bull AG)가 주식회사 불스원을 상대로 제기한 등록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 14일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은 국제적으로 레드불의 CI가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고 있고, 레드불의 독특한 CI와 불스원의 CI가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상표법은 수요자 사이에 특정 상표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상표에 대해 모방상표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레드불은 이 사건 등록상표서비스표를 출원할 당시인 2011년 5월을 기준으로 유럽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음료 레드불 드링크를 제조·판매할 뿐 아니라, ‘레드불 레이싱 팀’을 비롯한 2개의 자동차 경주팀을 5년 이상 보유·운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레드불의 상표는 2005년부터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 원(Formula One, F1)에서 레드불 레이싱 팀의 표장으로 사용되는 등 적어도 외국인 수요자 사이에서 특정인의 서비스표로 인식되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은 이 사건 상표에 대해 외국의 수요자 간 특정인의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레드불의 상표는 오른쪽으로 도약 또는 돌진하는 붉은 황소의 측면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앞다리가 구부러지고 뒷다리가 펴져있으며 꼬리가 알파벳 S형태로 치켜 올라가 있는 등 세부 모습을 독특하게 구성해 그 창작성 정도가 크다”며 “불스원의 표장은 레드불의 표장과 상당히 유사하다. 불스원 표장 개발 시기도 국내에서 레드불 레이싱팀이 대회에 참가한 이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스원의 표장은 불스원이 1999년경부터 사용하던 표장들과 유사하지 않아 이를 기초로 만들어졌다고도 보기 어렵다. 불스원의 자동차 용품 및 그 판매업은 자동차 성능의 유지·보수와 관련돼 있는데 레드불의 ‘자동차 레이싱 팀 운영 및 관련 스포츠 이벤트 제공업’과 경제적인 관계를 인정할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불스원이 1999년경부터 사용한 표장들. / 이미지 출처=대법원
불스원이 1999년경부터 사용한 표장들. / 이미지 출처=대법원

그러면서 “원심은 이와 달리 불스원이 이 상표 출원 당시부터 부정한 목적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상표법상 ‘부정한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기 위해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레드불은 2014년 불스원을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불스원이 자사 상표를 모방해 자사의 국내영업을 방해한다"며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외관이 다르고 표장이 서로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스원의 손을 들어줬다. 레드불은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도 소송을 냈지만, 특허법원 역시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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