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창업경진대회로 확인된 군대 내 창업 열기···전군으로 확대하고 지원 늘려야

 

근래 들어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에 빠지고,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무력시위를 해대는 데다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인 환율전쟁을 시작하면서 나라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런 시기일수록 한결같고 든든한 국방력 유지는 고래싸움에 등 터지지 않도록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은 자랑스러운 국방의 의무를 맡고 약 2년간 젊음을 바쳐오고 있다.

같은 국방의 의무이지만 2년간의 군생활 경험은 군필자 제각기 다양하다. 누군가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키는 일만 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며 고시 합격과 같은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어떤 2년을 보냈건, 고생도 많이 하고 아직 군인에 대한 처우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 무언 가를 얻어가고 성장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어차피 2년의 시간을 보내야할 것이라면, 무엇을 얻어가면 2년간의 긴 사회 격리 기간이 덜 억울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 육군에서 육군창업경진대회가 한창이다. 현역병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뜨거운데, 육군본부가 진행하는 이 대회에는 무려 800개가 넘는 팀이 지원해 서류심사와 발표 경쟁을 펼쳐 이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800팀이면, 팀 당 최소 2인으로 계산하더라도 1600명이 넘는 숫자다. 

사실 그동안 창업이나 취업 등 청년들의 진로 고민과 군대와의 관계는 좋지 못했다. 대학생이 창업을 했다가 병역 문제로 사업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고, 이공계 전공자들에게 꼭 필요했던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병력 자원 감소를 이유로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경진대회와 같이 군대 안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제대 후에도 무언가 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와 팀 멤버를 얻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그 동안 경험하기 어려웠던 정말 좋은 기회이다. 육군 뿐 아니라 전 군에서 이러한 행사나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비슷한 연령대의 팀을 구성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문제 정의가 필요하지만, 사회 또는 시장으로의 접근이 매우 제한적인 군대에서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과의 교류는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 팀원들의 일정이 거의 동일하다. 특별히 훈련이나 근무가 있지 않은 이상, 부대 내 인원들의 시간표는 비슷하게 돌아간다. 마음만 먹으면 매일같이 만나서 회의나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셋째, 구성원들이 젊고 건강하다. 이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창업 초기 구성원의 건강상태는 꽤 중요하다. 때 되면 밥 주고, 수면시간 확보되고, 잡다한 주변 상황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이 맑은 정신으로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각 부대별 특성상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한들 군대란 기본적으로 배고프고 정신, 육체적으로 힘든 곳이다. 창업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회의용 도구나 개인용 PC와 같은 장비도 지금으로선 열악할 것이고, 각자 나름대로의 부대 업무로 인해 일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창 젊은 나이의 청년들을 한 곳에 오랜 기간 모아두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국방의 의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장교가 아닌 이상 그들은 곧 사회로 돌아갈 것이고, 삶은 계속된다. 앞으로 국방의 의무가 장병들이 창업전선으로 뛰어들어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희망과 자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일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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