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및 국내외 연구자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한일청구권협정·한일합의로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동원·전쟁범죄 인정 회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과 손을 잡고 있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소녀(한국, 중국, 필리핀)와 이들을 바라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인물이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조선신궁터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제막된 동상과 손을 잡고 있다.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세 명의 소녀(한국, 중국, 필리핀)와 이들을 바라보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인물이다. / 사진=연합뉴스

“너희가 없다고 했지. 그런데 내가 이렇게 살고 있어. 엄연히 산증인이 있는데 없다는 소리가 말이 되느냐. 없다는 게 말이 안돼 너무 그렇게 억울한거야.”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내가 위안부 피해자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자 자신을 증거로 내세워 진실을 밝혔다.

이후 많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피해를 증언했다.

28년이 또 흘렀다. 2019년 8월 15일은 광복 74주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의 강제동원, 이에 따른 전쟁범죄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권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우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에 대해 요시자와 후미토시 나가타 국제정보대학 교수는 14일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일본국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 과제 국제학술회의에서 “한일회담에서 전쟁 피해로서 ‘위안부’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의 범주로도 상정되지 않았다”며 “또 일본 정부는 청구권의 처리를 외교보호권으로만 제한하고 사적 권리는 애매한 채로 국내법을 제정해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주장해 온 바와 같이 일본의 국가 권력이 자행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기인하는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965년 시점에 일본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청구이며 청구권협정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따라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정부의 외교보호권도 소멸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말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권이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는 국제 인권법이 천명한 피해자 중심 해결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한일 간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 간 우호를 위해 인권이 침해된 합의였다.

2005년 12월 유엔총회 결의에서 만장일치로 ‘피해자 권리 기본원칙’을 채택했다. 이는 국가 간 우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 중심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당시 일본도 찬성했다.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일본이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했는지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전쟁범죄 인정도 없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을 출연한 것도 법적 배상 차원이 아니었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가 한일 위안부 합의 후 한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 이에 따른 전쟁범죄 인정을 부정했다.

아베 총리는 2016년 1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이제까지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위안부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주로 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전쟁범죄 인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가 당시 군과 관헌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역사적 기록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14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학술회의에서 자오위제 지린성 당안과 연구관원은 “길림성 당안관이 발굴한 일본군 위안소 관계 부분 문서 통계표(통계표)에 따르면 군대가 관리한 위안소는 군대 직영형, 위탁 경영형 등으로 세분화된다”며 “심지어 위안소를 군대 안에 설치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군대가 직접 운영 및 관리한 위안소다”고 말했다.

자오위제 연구관원은 “일본군 위안소와 관동헌병대가 설치를 허가한 개척단위안소는 모두 일본 식민 침략 하에서 공권력이 설치를 허가한 여성을 짓밟은 폭력 도구였다”며 “문서에 따르면 ‘위안부’ 제도 실시 과정에서 각 지역의 일본군은 부당하게 위안소를 이용하고 위안부를 폭행하고 치욕을 안겼다. 위안부에게 신체적, 정신적 가해를 주고 회복이 불가능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한 사건도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92) 할머니는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에게 내가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거기서 숨어서 몰래 나왔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일본에게 제대로 사과 받은 적이 없다”며 “일본은 나를 강제로 끌고 간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에 대해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사죄를 똑바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밝혔다.

◇ 국내외 전문가들 해법으로 “보편적 인권 문제로 인식, 피해자들 국제적 연대”

학술회의에서 요시자와 후미토시 교수는 “한국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도 마찬가지다”며 “피해자 중심의 접근은 한국만 홀로 주장하기보다 타이완, 북한을 비롯한 피해 지역이 함께 손을 잡고 연대해야 한다. 2015년 한일합의는 이른바 그 연대를 방해하려는 분열 정책과 같다”고 했다.

요시자와 교수는 “한국의 피해자가 이렇게 강력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해서 견지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 자신의 의사인 동시에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한국, 일본을 비롯한 국경을 초월한 시민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오로지 ‘한국정부의 국제법 위반’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정보 조작은 명백히 이 역사적 동향을 거스르는 것이다. 전 세계적 연대야말로 인권 존중 등 우리들 자신의 삶을 바꾸는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자오위제 연구관원은 “위안부 문제는 21세기 국제 평화 질서 및 글로벌 여성 인권 존엄과 관련된 전쟁 문제다. 위안부 피해자는 고령으로 인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전쟁의 책임 인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각국 학자들이 각자가 파악한 정보와 관점들을 종합해 더 많은 연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전쟁을 경고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각국 민간 단체가 ‘위안부’ 세계 기록 유산 공동 등재 신청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각국의 문서 보관 부처 및 각 학과 연구자들은 문서의 새로운 증거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더 많은 학술 가치가 있는 사료를 확보해 반박 불가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일본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도록 촉구해야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인 이상희 변호사는 “일본국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한일 시민 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보고, 식민지 문제와 1965년 한일협정, 2015년 한일합의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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