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 금리 기초자산 DLS, 금리 하락에 마이너스 80% 손실 구간 진입
유럽 금리 하락 흐름 읽지 못하고 투자 상품 만들고 권유

독일 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파생결합증권(DLS)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DLS는 만기 시 정해진 기초자산의 조건이 충족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DLF는 이러한 DLS를 담은 상품을 말한다.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중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이 상품에 주로 투자한다. 

하지만 연 4~6%의 수익을 기대했던 이들이 80%가 넘는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손실 구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DLF도 그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이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이 연 4~5%가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대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0.2%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괴리가 커질 수록 손실 규모는 확대된다.

실제 지난 3월 1일(이하 현지시간) 연 0.184%였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0.612까지 떨어졌다. 이는 원금 80%를 잃을 수 있는 구간이다. 국채 금리가 다시 -0.2% 가까이 올라가야만 손실을 낮출 수 있지만, 일부 상품의 만기가 내달 중순부터 도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서 아쉬운 점은 유럽의 국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투자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증권사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DLS를 만들었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바탕으로 DLF를 구성했으며 은행은 이 상품을 1200억원어치 넘게 팔았다. 당시에는 바닥이라 생각하고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지 모르지만, 올해 3~5월 사이 국채 금리의 하방을 예고하는 소식들은 계속 흘러 나왔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초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1%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 여름까지 동결할 예정이었던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연말까지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 수요가 높아졌고 약 2년 6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우려가 터져나오면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의 마이너스 폭 확대 전망이 나왔다.

또 한가지는 수익구조 불균형이 심했다는 점이다. 이 DLS는 잘해야 연 4~6%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만 하방은 원금 손실 100%까지 열려 있다. 이같은 기대 수익률이라면 이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설정됐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과거 손실을 10%로 제한한 DLS 등도 있었던 만큼 기대 수익률 대비 보다 더 안정적인 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국내 한 법무법인은 이번 사태를 두고 불완전판매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결론이 어떤 방식으로 나든 이번 사태에 관여된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은 부끄러움을 숨길 순 없게 됐다.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하방이 열린 DLS를 만들었고 이를 투자자에게 권유했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흐름을 읽는 통찰력은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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