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日그늘 일찌감치 벗어난 현대차, 출발은 정비소였다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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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서 출발, 순수기술 車생산 사례 유일무이···이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할 차례”
1976년 6월 현대자동차 '포니'가 첫 해외수출을 앞두고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76년 6월 현대자동차 '포니'가 첫 해외수출을 앞두고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성 수출규제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지만, 국내 완성차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전기·수소차 소재 및 부품업체들의 일부 공정 등에 일본산 자재들이 포함돼 있어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타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기아차 등 양대 자동차업체를 통해 현대·기아·제네시스 등 세 브랜드라인을 보유했다. 더불어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실 현대차의 역사를 보면 자급화의 역사라 할 만 하다.

현대차의 시작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40년 3월 설립한 ‘아도서비스(Art Service)’였다. 그의 첫 사업이던 미곡상 ‘경일상회’를 통해 마련한 종자돈으로 자동차 정비공장을 인수하면서 정주영 일가와 자동차와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자동차는 극소수 부유층만이 보유하는 일종의 사치품이었는데, 신속하고 정확한 수리실력을 바탕으로 많은 단골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의 기업정비령으로 아도서비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정 창업주와 자동차의 인연은 계속됐다. 해방 후 트럭을 구입해 운송업에 뛰어들어 현대신화의 근간인 현대건설의 기초를 마련했고, 트럭 수리를 위해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해 정비 사업을 이어갔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제조사업에 뛰어든 것은 1967년 오늘날 현대차를 설립하면서부터다.

현대차는 창업초기 미국 포드와, 1970년대엔 메르세데스-벤츠 등과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자동차를 생산했다. 초기엔 사실상 조립업체에 불과했다. 정 창업주는 한국형 완성차 모델의 필요성을 느껴 인적·물적 투자를 바탕으로 1976년 ‘포니’를 시장에 내놨다.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기존 완성차 업체를 보유한 선진국들의 견제였다.

정 창업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있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대’ 브랜드를 단 포니가 전 세계로 수출됐다. 이후 소나타·그랜저 등 전 국민적 사랑을 받는 모델들이 속속 출시됐다. 조립공장 수준에서 명실상부 완성차 업체로의 변화를 꾀했으나, 핵심부품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은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 했다.

현대차는 변화를 택했다. 자체 엔진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정주영 창업주는 당시 GM(제네럴모터스)에서 근무하던 이현순 박사를 스카우트 해 개발에 전권을 줬다. 경기 용인 마북리에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지었다. 처음 포니를 생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 미쓰비시 등 현대차에 엔진설계도를 판매하던 업체들의 압박도 거셌다.

갖은 난관이 있었으나 국내 순수기술의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발판삼아 후속 엔진모델이 이뤄질 수 있었다. 자동차 수리를 전문으로 하던 공업사로 출발한 현대차가 오늘날 전 세계로 자동차를 수출하고, 수소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꾀할 수 있던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자동차 산업이 태동한 이래 일부 선진국들만이 독점해왔는데, 불모지에서 시작해 생산라인을 갖추고 엔진·변속기 등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100% 제작을 이뤄내고 이를 해외에 수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가 현대차고,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중국 역시 현대차를 따라잡고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지만 결국엔 실패했고, 일본의 경우 이 같은 우리의 기술력과 저력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며 “그간 현대차가 ‘패스트팔로워(First Follower)’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면, 향후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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