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성장까지 3년동안 최대 20억원 지원···AI·시스템반도체·미래형자동차·바이오헬스 중점 육성
중기부 ‘중소벤처기업 기술독립’ 염두···업계 “R&D지원과 함께 규제 완화도 고려해 달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차여경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R&D) 지원체계를 대폭 혁신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초기 단계부터 스케일업 단계까지 최대 3년동안 20억원까지 지원하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전략기술에 매년 2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기술 중소기업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업계에서는 R&D지원과 더불어 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규제 철폐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자금 지원, 기술보증 등이 중점이었던 R&D지원체계가 개방형혁신과 기업혁신을 골자로 바뀌었다.

이번 혁신안을 보면 크게 ▲스케일업(Scale-up)까지 최대 20억원 지원 ▲4차 산업혁명 전략기술분야에 매년 2000억원 이상 지원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독립 지원 강화 ▲정부매칭의 투자형 R&D 도입 ▲산학연 협력 R&D를 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 R&D 첫걸음 기업을 우선 지원▲연구비 부정사용 차단으로 나뉜다.

먼저 중기부는 창업 초기부터 스케일업까지 단계별로 지원기간‧규모 확대한다. 현재 평균 1년간 1억원 지원체계에서 역량수준에 따라 3년이상, 최대 20억원 지원으로 확대된다. 상향식 지원(초기→도약→성숙)을 유도하기 위해 혁신역량 역방향의 사업지원을 금지하고, 기업 단독수행 R&D의 경우 4회 졸업제를 통해 혁신정체 기업의 보조금 연명을 차단한다.

4차 산업혁명 전략기술분야에도 매년 2000억원 이상 지원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시스템반도체, 미래형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신산업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이 중점 지원된다.

최근 논란이 된 소재‧부품‧장비 분야도 기술독립을 위해 지원이 강화된다. 대중소 상생협의회를 운영해 대기업, 중견기업 등이 필요로 하는 품목을 중소기업이 개발생산하고 대기업 등이 지속 구매하는 상생형 R&D를 활성화한다. 또 ‘강소기업 100 + 스타트업(Startup) 100’을 운영해 소재부품장비 역량을 보유한 기업 100개를 육성한다.

보조금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매칭의 벤처 투자형 R&D도 도입된다. 민간 벤처캐피털(VC)이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면 정부가 나중에 고급 기술인력 중심으로 재투자한다. 규제해결형, 소셜벤처형, 재도전형으로 기업을 분류해 적합한 R&D제도를 신설한다.

중기부는 산학연 협력 R&D도 현행 39%에서 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한다. 대학과 출연기관 위탁개발 R&D를 도입해 실패 위험도 분산시킨다. 공공‧민간 분야 기술파트너 매칭지원 서비스 도입으로 스타트업 등의 혁신역량을 지원한다. 연구비 부정사용 차단 3종 세트 도입 (알림시스템, 공익제보, 특별점검)을 도입하고, R&D 신청서류도 5종에서 1종으로 간소화한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 표=조현경 디자이너

◇ 중기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소기업이 주역"···박용만 회장 국회 찾아 "스타트업 규제 철폐부터 해달라"

한편 이번 R&D개편안은 최근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 독립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기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R&D를 기술별로 지원하기 위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중기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앞서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간담회에서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중소기업 R&D 지원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사전 브리핑에서 “새로운 세계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먹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빠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시장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이 우리의 미래산업 핵심을 흔들고 있다. 한 국가의 몽니 때문에 글로벌 밸류체인이 흔들릴 경우 국내 기업들도 많은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중기부는 연결의 힘으로 역량있는 중기 발굴해 지원하고 대기업에 연결하면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기 업계에서는 R&D 지원과 더불어 기술 개발 단계에서 장애물이 되는 규제도 해결해 달라는 입장이다. 중기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규제에 막힌 중소기업에게 사전 규제컨설팅을 진행한 후 R&D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규제 컨설팅 외에 규제 철폐까지 기대 중이다. 핀테크, 개인간거래(P2P) 금융 제정안과 보험업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국회를 재차 찾아 스타트업 규제 철폐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입법 환경 미비가 젊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1년째, 나는 몇 달째 양당 간사와 위원들을 찾아 사정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규제 완화가) 지연되면 안된다. 이 친구들도 기다리는 데 한계가 왔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나 소재부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해 이번 R&D지원 확대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전통적인 제조업이 아닌 이상 AI, 핀테크 신산업 기업들은 규제 철폐에 더 목말라있다. 정부나 국회에서 R&D를 위한 규제도 함께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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