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에 3.3㎡당 분양가 5100만원 보장 약속···분양가 떨어질 경우 손실액 보전해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분양가상한제 사정권···15%만 떨어저도 5000억원 이상 손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건설이 정부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을 맡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분양가상한제 사정권에 들어오면서다. 현대건설은 계약 당시 조합 측에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분을 떠안겠다고 약속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 분양가가 하락하면 현대건설은 수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던 현대건설이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17년 9월 GS건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서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1·2·4주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조합원이 요구하는 일반분양가 3.3㎡당 51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분양가가 낮아진 만큼 발생한 손실분을 현대건설이 떠안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공동사업시행방식(조합·건설사가 공동 계약을 통해 분양 이익 분배)으로 조합과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이 이러한 파격 조건을 내세운 이유는 수주전 당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부활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정부는 2015년 폐지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각 재건축 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분양가 하락으로 인해 수익이 줄면 각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의 파격적인 제안은 1·2·4주구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1월 7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키고 적용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토부가 당시 주택시장이 과열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2·4주구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게 됐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전면 보류되면서 한숨 돌렸던 현대건설은 최근 들어 다시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발표하고 14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요건은 기존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이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분양을 앞둔 1·2·4주구는 분양가상한제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현대건설이 입는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HUG 기준보다 10∼20% 이상 하락하면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보전해줘야 할 금액은 더욱 많아진다.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약속한 최저 분양가는 3.3㎡당 5100만원이다. 만약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15%만 내려가도 3.3㎡당 4335만원까지 하락한다. 소형 평수인 전용 59㎡ 기준으로 3000가구를 계산하면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5000억원을 넘어선다.

당장 현대건설이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10월로 예정된 1·2·4주구의 이주 계획을 연기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아직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지역과 시기를 발표하지 않은 만큼 그 사이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주가 시작되면 분양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분양가상한제 후폭풍을 모두 떠안을 수 있다”며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이주를 미루고 분양 일정을 연기하면서 상황을 기켜보는 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주를 미루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다 사업지연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금융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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