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브랜드·일본 직수입 의류·일본어 표기까지 검열 나선 온라인업체들···화장품업체는 원료 구입 난관 겪고 자체 공수 나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경기도 부천에 사는 직장인 김 아무개(29)씨는 최근 한 단골 온라인쇼핑몰에서 일본식 표현과 일본 수입 옷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소라색’은 ‘하늘색’으로, ‘곤색’은 ‘짙은 파란색’으로 표기가 달라졌다. 일본 기모노와 비슷한 원피스도 판매가 중지됐다. 김씨는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쇼핑몰 기업들이 일본 제품 판매에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온라인에서는 일본 제품 판매 중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고 말해다.

일본산 화장품과 의류에 대한 불매도 점점 확산돼가는 가운데 국내 쇼핑몰, 뷰티 플랫폼 스타트업들도 일본 브랜드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불매운동에 민감한 20~30대가 화장품·의류사업의 타깃층인 만큼,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제품 판매를 빠르게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제조 단계에서 일본산 원료를 대체할 국내산 원료 자체 공수에 나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화장품과 일본 의류들을 수입했던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곤욕을 겪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일본 브랜드에 이어 일본 합작회사 브랜드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일본 제품 브랜드를 알려주는 사이트 ‘노노재팬’에는 시세이도·키스미 등 주요 일본 화장품 브랜드에 이어 최근 논란된 DHC코리아·한국콜마 제조 제품들까지 올라왔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DHC는 최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송 채널인 DHC TV를 통해 불매운동과 평화의 소녀상, 독도 문제 등을 거론하며 한국을 비하했다. 의약품‧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국콜마는 지난 7일 윤동한 전 회장이 임직원 월례조회에서 정부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대한 폄하 발언과 여성 비하 표현이 담긴 극우 성향 유튜버의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불똥은 일본산 브랜드를 판매했던 온라인 판매 기업들과 플랫폼 스타트업에 튀었다. 이 업체들은 중간 수입업체를 통해 일본산 화장품과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주요 이커머스 사이트에도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화장품·의류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황급히 일본산 제품 판매 중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을 직접 제조하는 스타트업들도 원료 대체제 물색에 나섰다. 대표적인 일본 화장품 원료는 자외선 차단제에 쓰이는 이산화티타늄 분말이다. 부틸렌글라이콜, 마스크팩 시트, 향료 등 세안제나 마스팩에 쓰이는 원료 등도 있다. 원료의 경우에는 단가가 조금 올라가더라도 국내산 대체 원료를 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온라인쇼핑몰들도 점차 일본산 브랜드 화장품과 의류 제품 판매를 줄여갈 것으로 보인다. 여성 의류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일본어가 적힌 의류나 일본에서 직수입한 제품들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며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소규모 10인 이하 스타트업의 경우 소비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이미 수입한 ‘완제품 물량’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판매율이 높은 제품일 경우 업체에서는 길게는 3개월이 넘는 제품을 미리 수입해놓는다. 판매 회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남은 화장품·의류 물량들은 ‘애물단지’가 됐다.

뷰티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친일 이미지가 생길 경우 판매에 직격타를 입게 된다. 올리브영·랄라블라 같은 대기업 드럭스토어가 친일 논란에 휩싸인 브랜드들을 재빨리 판매 중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에 화장품과 옷 등을 판매했던 온라인 플랫폼도 발 빠르게 일본산 제품 판매 중지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소규모 수입대행업체의 경우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재고가 쌓여 반입· 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재고가 늘어나게 되면 매출에도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산 화장품‧의류 판매 중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견해는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는 단순히 한·일 갈등에서 비롯된 불매운동을 넘어 일본산 원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일본산 화장품과 의류까지 불매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산 브랜드까지 판매를 중지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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