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률 0.2%, 가입 연령 제한 및 비싼 보험료 등이 진입 장벽
반려인 "보험 대신 적금으로 대비”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펫코노미(Pet+Economy)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보험사들이 앞다퉈 펫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비싼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가 좁아 소비자들의 가입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반려동물보험, 이른바 ‘펫보험’을 앞다퉈 출시했다. 기존 펫보험은 삼성화재의 ‘파밀리아스 애견의료보험2’와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 그리고 현대해상의 ‘하이펫애견보험’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화재 ‘애니펫’, 한화손해보험 ‘한화펫플러스’,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DB손해보험 ‘아이러브펫보험’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1년 새 펫보험 수가 크게 늘어났다.

반려동물시장 확대로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추세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선 큰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입 연령 제한 및 높은 보험료 같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보유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섰으나 펫보험 가입률은 0.2%에 불과하다. 이는 영국(25%), 스웨덴(40%)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펫보험 가입 연령은 반려동물의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연령 기준이 엄격한 곳은 만 6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길게는 만 1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는 경우 반려동물의 나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가입이 어렵게 되는 문제가 있다.

가입 연령 외에도 높은 보험료 역시 걸림돌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펫사료협회에서 조사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 중 ‘보험료 부담’이 22.3%로,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차지했다. 가장 많이 꼽힌 이유는 ‘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29.4%)’였다.

반려동물을 9년째 키우는 A씨(26)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펫보험 가입을 생각해봤지만 노견이라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며 “보험료도 부담스러워서 그 대신 적금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가 좁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강아지 세 마리 중 한 마리꼴로 발병한다고 할 정도로 흔한 질병인 슬개골 탈구를 보장해주는 펫보험은 현재까지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뿐이다. 이마저도 가입일 이후 1년이 지난 후부터 보상이 가능하다. 중성화 수술, 예방 접종비, 출산 등과 같이 반려동물에게 기본이 되는 보장도 제공되지 않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보험사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 시스템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진료비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 일반 실손보험과 보험료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람의 경우 진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의료수가도 정해져 있지만 동물병원은 동물 의료수가제도가 폐지된 뒤 동물병원별로 진료비용이 제각각이라 보험금 산정이 어렵다”며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만큼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료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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