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日’ 대응 본격화] ‘대화 문’ 열어둔 정부···日 협상 테이블로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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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日’ 대응 본격화] ‘대화 문’ 열어둔 정부···日 협상 테이블로 이끌까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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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맞대응’ 조치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 제외
속도와 수위 조절로 日과 대화 이끌려는 전략
전문가들 “장기전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따라가면서 극일 준비해야”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일본의 대(對)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에 맞서 우리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맞대응하면서 양국의 경제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발표 시기를 늦추고 수위를 조절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와의 대화 문도 열어놓아 이번 조치가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맞불···수출우대국 없앤 우리 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일본에서 운용하는 화이트리스트처럼 수출심사 과정에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주요 수출품이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거나 첨단기술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임에도 우방국에 한해서는 심사 우대권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한 정부의 조치는 당초 예정일이었던 지난 8일보다 4일 늦춰졌다. 정부는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발표 시기를 미루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보였다. 수출 우대 배제 조치 수준도 상당 부분 낮춰졌다. 당초 정부는 지금까지 수출심사 기간이 5일인 ‘가’와 15일인 ‘나’ 지역으로 나뉘었던 전략물자 수출 지역 구분에 심사 기간 90일을 적용하는 ‘다’ 지역을 추가하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 지역을 ‘가의1’ 지역과 ‘가의2’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가의2’ 지역에 포함키로 했다.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 통제 수준은 ‘나’ 지역과 같아 수출 허가 신청 서류가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나고, 심사 기간도 5일에서 15일로 길어지게 된다. 당초 계획됐던 ‘다’ 지역 신설 방안보다는 대폭 하향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맞대응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면서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산업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통상 고시 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 의견 수렴,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된다”며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 요청을 해 올 경우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전략물자 수출허가 지역별 관리 제도 요약본.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공은 日에게···“장기전 염두에 둔 경제적인 극일 필요”

이제 공은 일본으로 넘어가게 됐다. 앞서 미국의 중재 역할로 한·일 갈등이 다소 완화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양국 스스로 해법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관여에만 치중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 시각) 우리 정부의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에 대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창의적 해법의 여지를 찾을 것을 권고한다”며 “미국은 이 사안에 관여(engage)를 계속할 것이며, 우리의 두 동맹(한국과 일본) 간 대화 촉진을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한·일 갈등의 책임은 두 나라 모두에게 있다고 시사했다. 국무부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은 양자 관계가 나빠지면 각각 댓가를 치르며 각자가 관계 개선에 대한 책임을 안고 있다”며 “갈등이 한·일 관계의 경제·안보적 측면을 훼손하지 않도록 막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분간 일본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한·일 양국 모두 오는 15일 광복절을 앞둔 상황인 데다 오는 24일 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도 남아 있어, 일단 양국은 대화 대신 기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현지 언론은 지난 12일 우리 산업부의 발표를 즉각 보도하며 사실상 보복 조치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략물자 수출 절차와 관련해 간소화 혜택을 받는 대상 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제도 개정안을 발표했다”며 “일본의 대한국 수출 관리 엄격화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대항 조치로 보인다”며 “한·일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일본 전략물품 수출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라며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국내법과 국제법 틀 내에서 적법하게 진행된 것이며 상응 조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이번 조치를 일본을 협상 창구로 이끌어내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전략물자 관할 양국 정부 당국자 간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일본 측에 협상을 압박하는 효과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을 때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정한 기일 내에 정부 의견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일본도 우리 정부 측에 자국 의견을 보내거나 양자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역사 문제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측면에서 이번 조치를 통해 우리 정부가 완급 조절에 들어간 것”이라며 “국제 여론전에서도 일본은 결코 유리하지 않은 입장인데, 한·일 양국은 현재 경제는 경제, 백색국가는 백색국가로 맞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문제는 출구전략인데, 우리 정부는 반일감정 자극이나 결사항전보다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함께 향후 우호 관계로 나아가자는 유화적인 제스처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현재 기조로는 일본은 장기적으로,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심각한 만큼 한·일 경제전쟁은 모두가 패배하는 싸움”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 또 재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경계하면서 극일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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