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 입지 좁아지는 상황”···기존 사업 시너지 낼 SK·GS·롯데 등 움직임에 관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M&A(인수합병)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는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후보군의 윤곽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항공사업법에 따라 한국인·한국법인 등의 참여만 가능한 가운데,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애경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그룹이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어느 때보다도 ‘설(說)’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SK그룹·GS그룹·롯데그룹 등의 각축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조원을 웃도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감당할 만한 자금 여력뿐 아니라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이 가장 뛰어난 업체들이란 이유에서다. SK·GS 등의 경우 정유사업을 펼치고 있어 안정적 항공유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 롯데는 호텔·백화점 등과의 연계성이 짙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SK그룹과 GS그룹 내에서 정유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은 국내 경질유 시장에서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SK가 32.1%를, GS가 24.5%를 기록했다. 달러를 통해 구입이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유가 등의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연 항공유 구입비용은 2조원 안팎이다. 영업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경우 항공유 구입 시 SK에너지의 연간 매출액은 물론 안정적인 유류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대한 사내유보금 외에도 이 같은 사업적 시너지가 있어 SK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다만 SK 측은 여전히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이다.

SK그룹과 달리 뒤늦게 후보군으로 떠오른 GS그룹도 똑같이 “관심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인수 후보로 주목받고 있음엔 틀림없다. 더욱이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경우 ‘만년 정유 2위’ GS칼텍스의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견해다.

롯데그룹도 “인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후보군으로 주목받는 것은 사업 유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텔·백화점·면세점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항공과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관광객 유치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어 정유업계에 버금가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롯데쇼핑이 롯데리츠를 통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도 눈에 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쇼핑은 현금 보유고를 1조8000억원으로 높였다. 유통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단기적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나, 인수 후 자금 운용도 용이할 전망이다.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유통 매장을 늘리고 있어 기업 홍보 효과도 뛰어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수전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것을 두고 ‘오지 않을 기회’란 평가가 나오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약진을 넘어 사실상 난립하는 상황에서 대형 항공사(FSC)의 입지와 경쟁력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없는 그룹이 인수하게 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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