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위만으로 노선 폐지하는 경우 거의 없어
“일본과 달리 한번 폐지하면 재개하기 까다로워”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발·도착 안내판에 홍콩으로 출발하는 항공편 결항 메시지가 뜨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발·도착 안내판에 홍콩으로 출발하는 항공편 결항 메시지가 뜨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로 홍콩 공항이 급기야 일시 폐쇄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이에 일각에선 항공사들이 일본의 경우처럼 노선을 축소 및 폐지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내지만, 항공업계에선 홍콩은 일본과 달리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콩국제공항은 12일 중국의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공항으로 밀려들자 한국 시각으로 이날 5시 30분부터 항공편 수속 및 운항을 중단하고 공항을 폐쇄했다. 당황한 탑승 예정자들은 홍콩과 1시간 거리인 마카오로 넘어가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는 등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13일 오전 9시부터 운항을 재개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홍콩 항공 노선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중국과 홍콩 간 갈등이 계속됨에 따라 언제 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홍콩 노선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항공 등 대다수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다.

앞서 일본 노선 폐지를 경험한 일반 시민들은 홍콩 여행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30대 직장인 조 아무개씨는 “홍콩 여행을 계획했는데 경찰의 최루탄 소식 등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자연스럽게 항공 노선 축소 및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축소 계획을 밝힌 것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홍콩의 상황은 항공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전혀 다른 경우이고, 그 때문에 노선을 폐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과거 태국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해당 국가에서 시위가 일어나거나 하는 상황이 나타나더라도 외교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 한 함부로 노선을 폐지하지 않는다”며 “일본 노선 폐지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이뤄졌던 것일 뿐, 노선 폐지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선이 폐지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곳은 여행업계다. 그러나 여행업계도 예의주시는 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만큼 노선 폐지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콩 전문 여행사 홍콩가자의 신주수 대표는 “현지 상황이 우려돼 취소 문의를 해 오는 분도 있지만 여전히 여행 수요는 있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홍콩 공항은 세계적인 허브공항이고 일본 소도시들과 달리 한번 노선을 빼면 다시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운항을 쉽게 폐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번 노선을 폐지하면 그 시간대 슬롯을 대체할 곳을 찾아야 하고, 또 현지에서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 및 현지 고용 인력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노선을 폐지한다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첵랍콕공항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7440만명으로 두바이 공항, 런던 (히드로)공항에 이어 세계 3위다. 관광객들과 비즈니스 이용객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홍콩은 세계의 공항이라고 할 만큼 이미 국제적 관문 도시로 자리 잡았다. 시위 상황 등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항 폐쇄를 할 순 있지만 관광뿐 아니라 산업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문을 닫을 가능성은 아직까진 낮다는 평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홍콩 노선은 관광객뿐 아니라 비즈니스 승객 비율도 상당히 높다”며 “사태가 심각하게 장기화되지 않는 이상 일본처럼 노선 폐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홍콩 시위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외교부가 홍콩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한다면 항공사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